[페로칼럼]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 발표를 접하고
[페로칼럼]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 발표를 접하고
  • 정하영
  • 승인 2023.1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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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영 대표이사 발행인
정하영 대표이사 발행인

18일 저녁 글로벌 철강업계의 빅뉴스가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매각을 발표했던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 US스틸을 일본 최대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141억달러(약 18조4천억원)를 넘어서는 철강업계 사상 최대급의 대형 M&A로 일본제철이 주당 55달러(15일 종가 39달러)라는 파격적인 인수제안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아직까지 규제 당국과 US스틸 기존주주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고 해외자본의 인수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한 전미철강노동조합(USW)과의 협상 등이 남아 있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쉬움’이었다. 실리를 잘, 빨리 챙기는 일본 정치권과 산업정책, 그리고 일본제철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부러웠다.

US스틸의 매각, 실패 이유는 오랜 기간 누적된 경쟁력 약화 요인들이 최근의 전기로 투자 및 광산 확보 등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수입재 시장 정착(1968년 이후 수입강재 점유율 15% 상회), 미니밀의 등장과 발전, 수입규제 정책 의존, 다각화 실패, 노조 압력에 의한 유산비용(Regacy Cost) 등 과도한 인건비, 단기 이익에 치중한 기술개발 및 투자 미비 등이 그 요인이었다. (본지 2023년 6월 7일 기사 - [기획특집-미국의 철원수급] 美 전기로 비중 70%, 뉴코어 압도적 1위-上, http://www.ferro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29 참조)

철강산업의 다각화는 상당히 어렵다. US스틸이 에너지 부문에 진출해 USX로 사명까지 변경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심지어 이번 인수자인 일본제철조차도 과거 다양한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거의 모두 실패했다. 이후 일본제철이 다시 살아난 것은 일신제강, 스미토모금속 합병 등 철강사업 규모를 키우고 본원 경쟁력 강화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2021년 수립한 5개년 중장기 경영계획에 따른 글로벌 철강사업 규모 확대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제철은 인구감소에 따른 내수 감소가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해외 생산능력과 공급망 확충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계의 대부분이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철강업계의 정확하고도 현실적인 미래 전망과 빠르고 과감한 추진을 눈여겨봐야 할 일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일본제철은 “새로운 시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해 일본의 성장력을 되찾겠다”고 설명했다. 수요 성장시장에서의 전기자동차 등 고급강재 시장 확보와 더불어 철광석 광산 및 직접환원철용 펠릿 제조설비, 전기로 미니밀 확보와 기술적 진보로 친환경 사회 구축에 기여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와 철강업계의 경제안전보장 차원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규제에 대응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내 공급망 확보와 더불어 아세안, 인도 등지에서의 사업 강화 기빈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M&A 추진 사례를 보면서 우리 정치, 산업정책, 포스코 등 철강업계를 비교해 본다. 정치는 친미(親美)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가 미국 산업화, 철강산업의 상징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산업정책의 경우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한 철강산업 정책이 부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니 아예 철강산업의 비전과 목표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 역시 대규모 해외 M&A를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과거의 포드스틸로부터 US스틸, 일본제철에 이르기까지 사업다각화 실패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철강산업 본원경쟁력 강화에 우선해야 생존,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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