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 HD현대마린솔루션 '상초' 불문율 깰까
[이경주의 IPO] HD현대마린솔루션 '상초' 불문율 깰까
  • 이경주 딜스토리 대표
  • 승인 2024.04.22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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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과열, 올 들어 상초 100%…대기업 평판 중시, 역대 빅딜 '상단'에 만족

[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8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은 IPO(기업공개) 시장 초호황 포문을 연 빅딜이었다.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유동성이 대거 몰리면서 기관들 사이 과열경쟁이 이뤄졌다. 청약물량 80% 이상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구간에 베팅됐다.

시장수요에 근거해 공모가를 계획(희망밴드)보다 높여 잡아도 될법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그룹차원의 의지에 따라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가로 정했다. 투자자와 이익(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공유하는 그룹이라는 평판에 더 무게를 뒀다.

SK그룹 뿐이 아니다. 국내 IPO 역사상 대그룹 계열사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이하 상초)'한 가격으로 정한 전례가 없다. 모두 평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임직원 사기 유지 측면에서도 시장친화적 가격은 중요했다. 빅딜은 우리사주에 우선배정하는 금액이 인당 수억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수요예측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과열현상으로 올 들어 IPO에 나선 발행사들이 모두 상초를 결정했다. 현 흐름대로라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초’를 결정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대기업은 '상초'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첫 사례가 된다. 지속 회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HD현대그룹 평판엔 부담이다.

◇ 최대어에 쏠린 관심, 과열현상은 지속

HD현대마린솔루션은 22일 현재 수요예측 마지막 날을 맞고 있다. 발행사는 기업가치(밸류)에 대해선 고평가 지적을 받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31배를 적용한 탓이다. 조선 유관사업(선박AS)이 받기엔 지나치게 높은 멀티플로 보고 있다.

다만 공모주 시장과열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관들은 다른 딜과 마찬가지로 상초 가격에 대다수 베팅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하단이 7만3300원, 상단이 8만3400원이다. 공모액이 6523억~7422억원인 빅딜이다.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12조7500억원 공모) 이후 최대어다.

한 기관투자자는 “여전히 과열 분위기라 HD현대마린솔루션은 첫날 상초 가격대인 10만원으로 베팅했다”며 “행여 발행사가 상초로 공모가를 확정할 경우 물량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전인 이달 18일 수요예측을 마무리한 민테크와 디앤디파마텍이 모두 공모가를 상초 가격으로 확정했다. 양사는 수요예측에서 청약물량 98% 이상이 상초 구간에 베팅됐다. 올 들어 민테크 등까지 총 17건의 수요예측이 있었는데 상초 결정률이 100%다.

◇ 기관 “대기업은 전례 없어, 상단 기대”

다만 일부 기관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은 달리 보고 있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으로 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대기업 빅딜이 상초를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오지 않을 초호황기라고 불린 2020~2022년에도 비슷한 시장과열현상은 있었지만 '대기업 상초'는 없었다.

2020년 이후 현재까지 공모액이 2000억원 이상이었던 빅딜(리츠제외)은 총 19건이었는데 모두 희망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은 시장 수요가 '상초' 구간에 대다수 쏠릴 정도로 흥행했음에도 공모가는 '상단'으로 정했다.

앞서 사례로 든 SK바이오팜은 희망밴드가 3만6000~4만9000원이었는데, 수요예측에서 기관수 기준으로 80.8%, 물량기준으로 90.4%가 상초 구간에 베팅됐다. 그럼에도 공모가를 상단(4만9000원)으로 정했다. 당시 발행사 실무진은 보다 높은 몸값을 원했지만 모회사인 SK㈜ 경영진이 시장친화적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에 이어 2020년 9월 상장한 빅딜 카카오게임즈도 비슷했다. 청약물량기준으로 84.1%%가 상초 구간에 베팅됐다. 가격 미제시 물량 비중이 10.6%였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기관대다수가 상초를 택했다. 그런데 카카오게임즈도 희망밴드 상단(2만4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도 수요예측에서 물량기준 베팅비중이 상초가 47%, 상단이 43.6%로 상초비중이 더컸다. 가장 최근 빅딜인 지난해 10월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도 물량기준 베팅비중이 상초가 57%로 과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공모가는 밴드 '상단' 가격으로 확정했다.

대기업들이 '상초'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사주에도 있다. 공모가를 높게 잡으면 임직원들이 보호예수(1년)가 끝난 뒤 차익을 실현하려 할 때 수익률이 그 만큼 낮아진다. 상초로 고평가 주식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투자자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최악이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위험이 있다. 상초가 임직원 사기에는 부정적이다.

더불어 빅딜은 우리사주에 배정되는 금액이 크다. HD현대마린솔루션도 우리사주배정액이 1304억~1484억원이다. 정직원(529억원) 기준 인당 평균 배정액이 2억4000만~2억8000만원이다. 빅딜일수록 공모가가 임직원 투자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대기업 빅딜이 상초를 결정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HD현대마린솔루션도 공모가를 '상단'으로 정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며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관들이 상초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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