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3重苦 오래 간다, 3C 관리에 힘써라
[페로칼럼] 3重苦 오래 간다, 3C 관리에 힘써라
  • 김홍식
  • 승인 2023.11.08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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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아?”라는 말이다. With 코로나가 시작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10월이면 대부분 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잡기 시작하는데, 다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변수가 너무 많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9개 회원사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2.2%로 전년도의 1/3 수준으로 줄었으며, 영업이익률도 6.2%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영업이익률은 반 토막이 났다. 자동차와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에 비해서는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이것은 오히려 가격 인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요 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리는 죽을 쑤고 있는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사와는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좋아질까? 최근 발간된 많은 보고서를 보면 내년도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아지는 상저하고(上底下高)를 얘기하는 곳이 많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전망이 대부분 이러했다. 과연 상저하고가 될까?

개인적으로 지금의 어려움은 최소한 3~4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요인 중에서 개선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고환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 세계 경제 동반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중 수출 감소,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과 대만 전쟁 가능성 등 향후 경제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불확실 요인이 너무나 많다. 한마디로 지금은 정치, 경제, 이념적으로 혼돈의 시대이고 신냉전 시대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이른바 3중고(重苦)도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 경제는 자유 무역에 길들어 왔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미-중 패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성장의 틀이 통째로 변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삼중고는 직간접적으로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 강세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고금리는 소비심리 위축을 불러와 투자와 철강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고환율은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 원가 상승을 불러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아마 내년 총선이 끝나면 부도 소식이 언론을 도배할 것으로 본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마다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년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어쩌면 진짜 어려움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미스터 쓴소리’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올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를 무시해 왔다. 마치 냄비 속 개구리가 서서히 끓는 물에 뜨거운 줄 모르고 있다가 죽듯이 순치(馴致 :길들여 진다는 뜻)가 된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욕심이다. 매출 확대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판매했다가 부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신규보다는 기존 고객 관리에 힘써야 한다. 메이커는 유통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비용(Cost)과 공급망(Chain :원자재, 물류), 환율(Currency)관리에 힘써야 한다. 유통은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 재고를 줄이고 현금 비축을 늘려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그 기회도 준비된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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