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포스코 회장에 누가 적격일까?
[페로칼럼] 포스코 회장에 누가 적격일까?
  • 정하영
  • 승인 2024.01.11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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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영 대표이사 발행인
정하영 대표이사 발행인

철강업계의 관심이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쏠려있다. 본지가 8일 시작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적임자를 묻는 설문조사에 단 하루 만에 1천명 가까운 투표가 몰렸음이 이를 입증해준다.

최근 모 언론사 칼럼에서 포스코의 사업다각화와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차전지 사업을 두고 하는 주장으로 이해되지만 당시 정치권의 인맥과 동향을 지레 짐작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기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영역 및 규모 확대지만 철강산업의 특성과 역사를 감안하지 못한 주장이다.

세계적 철강사들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거의 모두 실패했다. 최근 일본제철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US스틸이 대표적 사례다. 자체적으로는 물론 정부의 수입규제 조치까지 온갖 처방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고 지난해 결국 매각으로 가닥을 잡고 말았다. US스틸의 경쟁력 약화와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철강은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 설비에 의해 경쟁력이 상당부분 좌우된다. 따라서 대규모 설비투자와 더불어 끊임없는 합리화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 재무성과에 급급한 전문경영인들은 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또한 노조 주장에 끌려가 도입한, 유산비용(Regacy Cost)으로 대표되는 인건비 증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 치명적 요인은 사명을 USX로 변경하면서까지 과감하게 추진했던 에너지 분야로의 사업다각화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티센크룹 역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엘리베이터 등 사업영역 확대가 헤어나오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 시절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사업다각화가 대부분 실패하면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들이 사업영역 확대에 실패하면서 재무구조 악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재의 일본제철이 경쟁력을 되찾아 US스틸 인수에 나서게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본원인 철강사업에 집중하고 확대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했다. 일본제철은 일신제강, 스미토모금속 등 철강사들을 인수 합병해 규모를 키우는 한편 구조조정 및 개편을 통해 철강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지난 2021년 5개년 중기경영계획에서는 인구감소에 따른 국내 수요 감소를 인식하고 국내 철강사업을 구조조정, 개편하는 한편 해외 철강사업 확대로 1억톤 조강생산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수립했다. 이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규모, 이익 확대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철강부문의 이익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본원경쟁력을 차치하고 신규 사업에 우선한다면 자칫 기업 전체의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포스코는 철강부문 투자비가 급감했고 2019년 철강산업 세계 최초로 등대공장 인증 이후 IT분야에서도 별다른 진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등 비슷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야를 확대해 보면 국내 철강산업 전체적으로 비전과 목표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명확한 목표가 없다보니 산업정책은 별다른 것이 없고 개별 철강기업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가 업계 리더로서 중심에 서서 중지를 모아 철강산업의 비전과 목표를 만들어내고 이를 선도해야 한다. 우리 철강산업의 미래를 밝혀주고 업계 동반성장을 이끌어줘야 한다.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본원사업인 철강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는 투자와 수소환원제철법, DX화와 같이 미래를 좌우할 기술개발과 상용화의 결실을 최단 시간에 만들어 내야한다. 무엇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국내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양의 중국, 질의 일본과의 경쟁에 대응하면서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성장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탄소중립, DX(디지털트랜스포매이션), 인구절벽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으로 인해 앞으로의 수년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단기 재무성과보다는 포스코의 국제경쟁력을 진정으로 강화하는 한편 우리 철강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잘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강과 철강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제철보국우향우정신이 내재된 포스코맨들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함께 해온 보다 넓은 시각과 경험을 갖춘 철강 전문가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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