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철근 수요 900만톤 미만이 주는 의미
[페로칼럼] 철근 수요 900만톤 미만이 주는 의미
  • 김홍식
  • 승인 2024.02.16 0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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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철근 수요가 900만 톤을 밑돈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철근 수요가 900만 톤 미만으로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여기에다 현대제철은 봉형강 사업이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봉형강은 지금까지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는 품목으로 인식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적자가 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철근 수요 1,000만 톤 미만과 봉형강 사업의 부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둘 다 가장 큰 원인은 불황이다. 혹자는 지금의 불황이 IMF보다 더 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가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수익성은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고려하면 향후 철근 수요는 1,000만 톤 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일본의 사례로 비춰볼 때 어쩌면 800만 톤대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우리는 흔히 산업구조를 일본과 비교를 많이 한다. 일본은 인구가 우리의 2배인데, 철근 소비는 우리보다 적은 대략 700만 톤대이다. 생산도 2013년 1,2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800만 톤대로 줄었다. 물론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철골조보다는 목조건물이 많은 탓도 있지만, 30년간의 장기불황과 인구 고령화가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 번째는 철근은 현대제철과 같은 대형 메이커와 중소 메이커 중에서 향후 누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철근은 전체원가에서 원료인 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다. 이 두 가지는 현대나 중소업체나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인건비다.

일본은 아직도 20여 개 철근 메이커가 있다. 우리보다 3배나 많다.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단일공장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은 도쿄(東京)스틸이나 교에이(共榮)제강 등 일부 메이커를 제외하면 생산능력이 연산 30~40만 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장 주변에서 원료를 조달하고, 판매도 주변을 중심으로 한다. 조업은 야간조업이 대부분이다. 비싼 전력 요금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대부분 백만 톤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생산을 많이 할수록 원가가 낮아진다. 이때는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게 작동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불리한 환경이 됐다는 점이다. 결국 경쟁의 강도를 감안 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철근은 돈줄(Cash cow)이라는 말도 옛말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제는 우리도 장기불황과 건설경기 침체, 더 나아가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공장을 폐쇄할 때마다 지역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남의 얘기로만 들을 일이 아니다.

우리 철강산업은 인구감소와 공유경제, 3D프린팅, 대체 소재와의 경쟁, 탄소중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정부가 용산 신도시, 노후 도시 정비 등 인프라성 투자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진행이 된다 해도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집만 키우는 게 올바른 전략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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