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스크랩, 걸 맞는 대우가 시급하다
[사설] 철스크랩, 걸 맞는 대우가 시급하다
  • 정하영
  • 승인 2021.12.30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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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고철)에 대한 시장에서의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통상 철광석과 철스크랩의 국제 가격은 동반 등락한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이후 철광석 가격은 톤당 220달러에서 100달러 내외로 하락한 반면 철스크랩은 지속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리며 현재 500달러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철스크랩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탄소중립(Carbon Netural)이 철강산업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같은 철원(鐵源)이지만 철스크랩이 청정(淸淨) 철원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탄소중립 달성은 궁극적으로 현재의 용광로 제철법을 ‘수소환원제철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또 그린(Green) 수소의 대량 생산은 물론 기존 설비 매몰 및 신설비 투자 등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이미 탄소배출은 규제를 받고 있고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 등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청정철강(Green Steel)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탄소국경조정세 부과로 그린스틸과 기존 철강을 차별화하는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창설된 ‘스틸제로(Steel Zero)’와 같은 국제단체는 주요 철강 수요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그린스틸 생산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은 이미 철강사들에게 당면한 과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당장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로-전로에서의 HMR(용선비, Hot Metal Ratio)을 줄이고 대신 철스크랩 투입 비율을 높이거나 용광로(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중국, 미국 등 주요 철강국에서 치환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또 철스크랩 투입비율은 현재 15% 내외에서 3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철스크랩 수요 증가와 가치 제고는 당연한 일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비슷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철스크랩의 안정, 경제적 확보는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스크랩에 대한 법, 제도는 극도로 열악한 그대로다. 친환경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스크랩은 폐기물로, 철스크랩업은 비제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규제로 인해 산업화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또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중저급재 위주의 수출은 불가피해지고 있지만 막연한 규제 주장 외에 이를 제도화하고 효율화하는 실질적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치와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충분히 인정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순환자원, 청정철원으로 걸맞는 대우와 가치 인정을 통해 산업화를 통한 효율적, 최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철강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는 일이 분명하다.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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