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철강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라
[사설] 정부, 철강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라
  • 정하영
  • 승인 202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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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철강시황의 약세 우려감은 기우(杞憂)에 그치고 철광석, 원료탄의 초강세를 바탕으로 철강재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감산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하튼 비교적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철강재 가격 고공행진은 세계 철강사들에게는 지속생존발전을 위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중국, 일본, 인도 등 세계 주요 철강국의 움직임을 보면 미래를 위한 대비에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국은 대형사 중심의 인수합병(M&A)를 통한 구조개편, 그리고 고부가화 등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실감한 중국 철강사들의 해외진출 역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 탄소중립 추진으로 인해 철스크랩의 중요성에 대비한 그들의 산업화 전략 추진 역시 괄목할 수준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정부 주도로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실로 부럽기도 하고 두려움마저 든다.

일본은 지난해 고로사 위주의 구조개편을 일단락하고 글로벌화로 철강산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국내 인구 축소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바탕으로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각국에 제조업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보유한 일본 철강사들의 해외진출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연간 4300만톤의 생산능력에도 불구하고 30개 가까운 전기로 제강사가 난립하고 있는 전기로 부문의 구조조정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철스크랩과 전기로 부문의 중요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새로운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 전략이 곧 수립되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경우 현재 생산능력 확대가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2025년~2026년 3억톤 생산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내업체는 물론 해외투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 철강업계의 특이점은 예전과 달리 보다 글로벌화, M&A의 적극적인 실행 등으로 차별화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확장보다는 시장 원리에 의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도 탄소중립에 대응해 전기로 제강사들은 물론 고로사까지 전기로 위주의 증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과의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벌여야 할 한국의 철강산업은 일본, 중국, 인도 철강사들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정부의 산업 정책은 철강사들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극도로 약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철강사들의 태생 과정이 다르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음은 물론 관습과 정서상 일관제철소는 물론 주요 철강사들의 통폐합, M&A 조차도 용의하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공정 위주의 통합과 M&A를 적극 실행하는 한편 주요 철강사 간의 협력 관계를 제고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철강 생태계 강화가 중요한 생존 조건이라는 진단과 대안이 내려진 상황이다.

결론적으로는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의 어젠더(Agend)와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첫 번째 작업은 철강산업의 장기 비전(Big Picture)을 제시해야 한다.

철강 시장과 생산 규모, 그리고 구조적인 목표가 주어져야 그 기준에서, 목표를 세우고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이 이뤄져 나갈 수 있다. 개별 업체들도 방향을 잡을 수 있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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