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2018년과 비교되는 대한민국 철강 시장
[페로칼럼] 2018년과 비교되는 대한민국 철강 시장
  • 정하영
  • 승인 2021.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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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내외부 생태계 강화 없인 중국 종속 벗어나기 어려워

올해 상반기 철강사들의 경영실적은 애초 전망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로 좋다.

실제로 포스코가 9일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별도기준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65%가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7.3%로 전분기 13.8%를 훌쩍 뛰어넘으며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철강사들의 실적도 크게 호전될 것이 분명하다.

철강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축과 철강재 수요감소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원가절감 등 고삐를 바짝 죄었다. 여기에 실제 경영 환경이 예상 밖으로 큰 호전을 보이자 매출과 이익이 모두 크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철강사들의 노력도 컸지만 이번 경영실적 호전의 이유는 국제적인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탓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이고 큰 요인은 수입 감소다. 중국 내 생산 감축과 수요 증가, 그리고 수출 축소 정책은 실제 수출 감소로 이어졌고 한국 역시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경영환경은 2018년 하반기와 무척 비슷하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2018년 3분기 철강업계의 경영실적 역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하지만 일관제철 등 대형 철강사와 중견 중소 철강사들의 실적은 상대적이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진 반면 중견 이하는 오히려 낮아지는 등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부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실적 호전의 가장 큰 이유는 수입 감소 때문이었다. 우리 철강재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원인은 가격 때문이었다.

중국 내 철강재 가격이 예상 밖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국 철강사들의 수출 필요성은 크게 낮아졌다. 당연히 수출 가격도 높게 올라갔다. 국산과의 차이가 별로 벌어지지 않았다. 가격적인 이점이 사라지자 수요가들은 수입재보다는 국산 사용을 다시 늘렸다.

대중소 철강사들의 실적이 차이를 보인 것도 수입 감소 때문이었다. 수입재와의 경쟁이 줄어들자 소재로 사용되는 상공정 제품인 열연강판 가격은 폭등했다. 하공정 제품인 냉연판재류 가격도 크게 높아졌지만 냉연 시장은 포스코, 현대제철 외에도 상당수의 경쟁자가 존재했다. 당연히 수입이 줄어도 판매경쟁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강관, 선재 등 여타 제품도 소재 공급자는 한정된 반면 제품 판매는 경쟁이 심해 비슷한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열연강판 가격은 비교적 자유로웠던 반면 냉연판재류 등 하공정 제품의 가격 결정은 제한적이었다. 소재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2018년 하반기 호조가 지속되었지만 11월이 지나면서 시장은 급변했다. 역시 시발점은 중국의 가격 변화였다. 중국 내 철강재 가격은 10월 이후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다. 감산 정책이 지난해보다 훨씬 약화되고 철강사들의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그만큼 철강 수요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세는 급해졌고, 특히 미중 무역 분쟁에 의한 경제, 무역 위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내 철강재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은 곧바로 국내 시장에 파급되기 시작했다. 11월 이후 오퍼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서 12월 들어서는 톤당 10만원이라는 기준 이상으로 벌어졌다. 결국 수입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철강시장 역시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가격이 하락했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원인은 중국산 수입 가격 하락과 수입 물량 증가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시장이 말 그대로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좌지우지(左之右之)되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로 돌아와서 만일 또다시 중국의 수출 증가, 가격 하락이 재현된다면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중국산 수입에 대한 우려와 경계, 대책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입장인 일본이 중국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사실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일본은 우리와 다른 구조다. 상하공정이 같은 회사 또는 계열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립계라 불리는 별도 회사도 존재한다. 그들과 소재를 공급하는 상공정 회사와의 관계, 또 수요가와 철강사 간의 관계는 우리보다 훨씬 신뢰, 협력적이다.

중국 종속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온 철강 생태계의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건축법 개정, 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 수입 모니터링제 강화 등 관련 법, 제도의 정비가 꼭 필요한 일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철강 내외부 생태계 강화다. 하공정 철강사들을 포함한 철강사 간의, 그리고 최종 수요가와의 신뢰 및 협력 관계 강화가 가장 시급하고도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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