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9월 시황 반전, 기민한 대응 필요하다
[페로칼럼] 9월 시황 반전, 기민한 대응 필요하다
  • 정하영
  • 승인 2021.08.27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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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차면 기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세상만사(世上萬事)의 진리다.

올해 초부터 예상 밖의 엄청난 호황을 보여주고 있는 세계 철강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시황 변곡점이 어디인가가 사업이나 경영하는 이들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지는 이번 호황의 정점을 3분기로 예측한 바 있다. 호황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기에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세계 철강산업의 공급과잉이라는 근본 구조가 변화한 것이 아니기에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감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상반기 조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4% 증가해 10억톤을 넘어섰다. 선진국들의 가동중단 설비들이 속속 재가동에 들어가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또 신흥성장국인 브라질,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설비들의 가동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공급 증가가 확실시 되는 이유다.

물론 세계 철강 공급과잉을 주도해왔던 중국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라 변수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과 그 실행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 또 수출증치세 환급의 2차례 걸친 폐지, 완화에 이어 수출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수출 억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고 최근 글로벌 철강시황 움직임을 감안할 때, 9월을 기점으로 장기 약세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 철강 수요는 세계적으로 상반기보다 감소함으로써 공급부족이 완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요가들의 고가 철강재에 대한 저항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하반기 수요가 감소할 전망인 반면 감산 강도가 예상보다 작아질 것이란 관측이 약세 전환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약세 전환의 강도는 지난 상승기와는 달리 느리고 약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최근의 철강 고가에 대해 문제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시장개입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약세 전환에 대해서도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철강 감산으로 수요 감소를 상쇄하면서 어느 정도 시황을 지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중국 철강사들도 수출 확대로 가격을 최대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하튼 약 1년을 지속해왔던 세계 철강시장의 초호황 국면은 3분기 말을 기점으로 국면 전환에 들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철강업계의 움직임은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이다. 한마디로 느리고 소극적이다. 

최근인 지난 8월 10일 일본의 독립계 전기로제강사인 기시와다제강은 철근의 KS 인증을 취득해 한국에 대한 수출을 준비했다. 기시와다는 독립계 전기로제강사로 고효율 전기로인 에코아크(Ecoarc) 전기로를 일본 최초로 도입한 제강사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제품의 내수 판매는 물론 반제품인 빌릿과 함께 철근의 수출 준비를 빠르게 실행했다. 기존 내수판매 위주에서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시스템 변화와 함께 마케팅 방식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쉽지 않은 일을 기시와다는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 환경 변화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인식해 이를 경영 전반에 반영하는 기민성과 실행력을 보여준 일이다. 

우리 철강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황 변화에 대한 인식과 발빠른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적극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글로벌화된 철강시장에서 지속 생존할 수 있는 조건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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