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 공급부족 심화시키는 ‘대한민국 정부’
[사설] 철강 공급부족 심화시키는 ‘대한민국 정부’
  • 페로타임즈
  • 승인 2021.05.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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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철강재 공급부족과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가 시장인 미국에서는 기준 제품인 열연강판(코일)이 20일 톤당 1743.1달러를 기록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1956원이다. 국내에서도 열연, 철근 유통가격이 130만원 내외에서 거래 중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가격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원료와 철강재 가격이 출렁이고 있지만 공급부족과 강세기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세계 각 국이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철강 수요가 크게 늘었다. 반면 철강사들이 코로나 수요 감소로 가동 중단했던 설비를 재가동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료도 호주, 브라질 광산들이 재해를 입으면서 생산 활동이 여의치 않다. Cost Push에다 Demand Push가 겹쳐 철강재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영향이 결국 지난 2010년대 초반 이후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던 철강시장의 호황으로 파급된 양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부족이다. 주지하다시피 철강재는 기초 소재 중의 기초 소재다. 건설, 제조 산업 전반에 걸쳐 철강재 부족은 전방 수요산업의 생산 활동 저하로 연결된다.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 철근이 없어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세계 각 국 정부들은 철강 공급부족에 대응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수출환급세를 폐지하고 수입관세도 축소했다. 미국도 수입을 규제하던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 역시 수입 세이프가드(Safe Guard)를 수정,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별로다.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 포스코 등 철강업계가 모여 품목별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전망 등을 논의했다. 13일에는 기계, 조선 등 수요업계를 소집해 애로사항을 듣고 취합했다. 문제와 현황은 파악했지만 그로부터 나온 대책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처간의 엇갈린 행보다. 건설공사가 중단될 정도로 철근이 부족한데 고용노동부는 철근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당진제철소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과 함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오히려 공급부족을 정부가 앞장서서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가동중단이 최선인지, 왜 부처 간에 상반된 조치가 현실화되는 것인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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