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 시황 약세 전환 지연의 진짜 이유
[사설] 철강 시황 약세 전환 지연의 진짜 이유
  • 정하영
  • 승인 2021.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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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지구촌에 새로운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오죽하면 코로나 이후 세상을 기원후(紀元後)인 AC(After Christ)에 빗대 AC(After Corona)라 부르는 이들이 생겼을 정도다.

세계 인류는 AC 이후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의 도래를 점치고 있다. 비대면(非對面)을 가능케 해주는 디지털(Digital) 도구(Tool)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기존 영화관을 대체하고 있으며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필수조건이 됐다.

또 환경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기후변화협약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과 그린(Green)은 기업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눈앞에 닥친 과제가 되고 있다. 발전을 제외하고 제조업 중 최대의 탄소 배출산업인 철강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으로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생각하지 못했던 비용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적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법과 같은 새로운 제철법을 요구하고 있다. 1800년대 후반 상용화 이후 세계 철강산업과 200년 이상을 함께 해왔던 용광로(고로) 공법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새로운 공법으로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일한 궁극적 대안으로 떠오른 수소환원제철법을 개발, 상용화하는 데는 지난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 수소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지만 무엇보다 용광로와 달리 흡열(吸熱) 반응이라는 특징 때문에 기술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의 세계 철강사들이 해결해야 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탄소배출을 우선 줄이기 위해 가스에 의한 직접환원제철과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각국의 철강사들이 DRI와 전기로 설비로 용광로를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고 이미 속속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실행을 검토하고 진행해야 할 일이다. 또 보다 친환경적인 철원(鐵源)으로서 철스크랩(고철)의 발생량을 증대하고 품질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실행도 시급한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가 우리 철강인들에 시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로 공급능력 과잉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로 인한 감산이 가져온 시황 호전이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연휴 이후 철강재와 철광석 가격은 또다시 상승하면서 4분기 이후 약세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다.

문제로 인한 중국의 감산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지만 진짜 이유는 철강사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다. 코로나 감산이 가져온 학습효과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영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것이 4분기 철강 시황 약세 전환을 지연시키고 또 그 강도를 약화시켜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철강업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도 이러한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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