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탄소중립, '新철기시대' 경쟁우위 선점이 관건-오충종 산업부 과장
[인터뷰] 탄소중립, '新철기시대' 경쟁우위 선점이 관건-오충종 산업부 과장
  • 정현준
  • 승인 2023.06.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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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이유 체감해
지난해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에 총력 모았던 기억 남아
기업들이 경쟁서 우위 차지하도록 정부 적극 지원 예정
철스크랩 공급업의 산업기반 마련하는 작업 집중 계획
탄소 저감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설비 전환 지원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장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양보다는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쟁력 있는 저탄소 제품을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탄소 철강 생산 역량에 따라 앞으로의 시장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러-우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향후 5년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여파는 철강업계에도 예외없이 불어닥쳤다. 경기 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줄어들고 고금리, 고환율 등 압박이 이어졌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산업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철강사들의 설비 투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까지 안게 됐다.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장은 우리나라 철강 기업들은 탄소중립 역량을 제고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오 과장은 "철강업계 고객사인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탄소 차량 강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철강업계에 더 큰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저탄소 철강이 요구되는 ‘新철기시대’에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현재에서 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탄소경쟁력에서 경쟁국들보다 얼마나 더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러한 업계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철강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내놓고 있다.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장으로부터 철강업계가 당면한 과제 및 해법, 정부 차원의 준비와 대응 전략 등을 들어봤다.

◆ 인터뷰 :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장

<Q> 취임하신지 1년이 되었습니다. 철강산업을 외부에서 바라볼 때와 담당하신 이후를 비교한다면?

외부에서는 철강산업을 우리나라 여러 주력산업 중에 하나 정도로 인식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철강산업 쪽에 와서 겪어보니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곧 자동차·조선 등 수요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더라고요. 철강을 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Q> 그동안 철강업계에는 적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면?

취임 후 1년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수해복구에 총력을 모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부는 '철강 피해 복구 및 수급 점검 TF'를 구성해 20차례나 회의를 했었어요. 철강업계에서도 포스코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많은 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습니다.

<Q> 팬데믹 이후 ‘뉴노멀’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맞아 철강업계가 무엇을 가장 주목해야 하고 어떠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몇 년간은 글로벌 기업환경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강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탄소중립 이행의 요구인 것 같아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정부 차원의 규제가 등장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철강업계 고객사인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탄소 차량 강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철강업계에 더 큰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철강산업이 지속성장 산업으로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떤 기회들을 살려가야 할 것으로 보시나요?

산업에 있어서 철강산업의 지위 자체는 크게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철을 대체할 수 있는 물성, 범용성, 가격경쟁력을 갖춘 소재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저탄소 철강이 요구되는 '新철기시대'에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현재에서 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탄소경쟁력에서 경쟁국들보다 얼마나 더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Q> 세계 철강산업이 탄소중립과 DX화라는 큰 산맥에 부딪쳐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현황과 준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이 비단 철강산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른 산업 분야보다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에 더 큰 과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철광석에서 선철을 분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철강산업에서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신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극적인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고 봐요.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정의 효율성 개선, 전기로 활용 증가, 하이퍼 전기로 기술개발 등으로 우선 대응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소를 활용한 환원기술 개발과 실증을 통해 근본적인 탄소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난해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서 올해부터 예산이 집행되는 탄소중립 산업핵심 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유동환원로 방식의 수소환원제철과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유럽과 일본의 경쟁사들도 샤프트로 방식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Q> 세계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수소 경제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차원의 준비와 대응이 궁금해요.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공급망정책국과 수소경제정책국을 신설하고, 공급망 3법(공급망기본법, 소부장특별법,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범국가적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납품단가 연동제·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규와 제도에 대한 이슈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후장대 산업인 철강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만,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이며, 산업부도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다만,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상 처벌요건이 모호한 점 등 업계에서 애로를 제기하는 부분은 개선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서는 포스코 등 철강 대기업들이 이미 중소기업의 원가상승을 구매가격이 반영하는 등 중소협력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행으로 이러한 관행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철근업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업계의 공정거래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데, 철강제품의 가격은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강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요. 다만, 관련해 업계의 우려가 큰 저가 수입재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도 국내시장 보호 방안을 고민 중이며,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Q> 철강원료와 전기료 등에서 높은 가격 변동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원료 가격과 전기요금 등의 변동성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한전의 누적된 적자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철강업계는 예측 가능성이 있는 요금조정을 요청한 바 있어, 정부는 업계가 제반 여건 변화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나가겠습니다.

<Q> 철자원 산업 육성 전략 발표가 임박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산업연구원이 수행 중인 ‘철자원 산업 육성 전략’ 연구용역은 상반기 종료 예정이지만, 그 핵심내용은 산업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에서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순환경제사회 전환촉진법」 시행(‘24~)에 따라 철스크랩이 폐기물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철스크랩 품질을 높이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AI 기술을 활용한 검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철스크랩 표준을 실제에 맞게 개정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철스크랩 통계를 정비하고 수급전망 방법론을 정립하는 등 철스크랩 공급업의 산업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Q> 탄소중립과 관련해 연구·기술 개발 지원 등 정부 지원 사업의 현황과 진행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정부가 올해부터 다배출 업종의 탄소중립 예타사업에 착수하는 등 탄소중립에 대한 기술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철강 분야의 탄소중립 기술개발 규모는 2097억 원입니다. 이를 통해 고로·전로·전기로 등 기존 설비의 탄소 저감을 지원하는 한편,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개발 및 설비 전환을 지원해 나갈 예정입니다.

<Q> 탄소국경세, 스틸제로 등 탄소중립과 관련 장벽이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 저탄소 철강재 요구가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인식과 대응은 어떤가요?

글로벌 탄소규제의 확산과 수요업계의 저탄소 철강재 요구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최전선에서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0월 EU CBAM 도입을 앞두고 업계의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부는 지난 1월 ’철강산업 탄소규제대응 국내작업반‘을 출범(반장 : 산업정책실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개별회사의 대응 전략을 점검하여 필요사항은 통상교섭을 통해 반영하는 등 투트랙으로 지원해 나가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 산정 경험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5월 26에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업계와 협의 후 배출량 산정 시범사업, 탄소 감축 컨설팅 등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Q> 해외 주요 철강사들은 글로벌 확장 및 투자에 적극적입니다. 우리 철강업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는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양보다는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있는 저탄소 제품을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탄소 철강생산 역량에 따라 앞으로의 시장 구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외연 확장보다는 탄소중립 역량제고에 집중하여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하겠습니다.

<Q> 철강 생태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요산업과의 신뢰와 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주요 제조업에 원료를 제공하는 철강업계에 수요업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몇 차례 이슈가 되었던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3월에 양 업계가 협력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공동 세미나를 정기 개최하고 업계 간 협력 제고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 간 협력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철강금속업계에 주시고 싶은 말씀은?

출퇴근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사가를 듣곤 하는데, 양사의 사가에 나오는 표현을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가는 길 험하여도 달려나가는 너와 나, 우리가 이룩했네 철강 한국을"(현대제철), "겨레의 슬기와 의지를 모아 통일과 중흥의 원동력되자"(포스코)는데 정부와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가길 바랍니다.

출처 :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 전략(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제공)
출처 :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 전략(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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