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제철 '하이에코스틸' 新동력장착…정부차원 '자원안보' 지원 필요
[인터뷰] 현대제철 '하이에코스틸' 新동력장착…정부차원 '자원안보' 지원 필요
  • 김종혁
  • 승인 2023.05.12 0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탄소제품은 “HyECOsteel(하이에코스틸)”이라는 현대제철 고유의 브랜드로 명명되어 주요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철강사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탈탄소화를 진행하며 적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미,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는 탈탄소 투자에 대한 직접지원 뿐 아니라 세액공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철강사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김경석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전무)
김경석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전무)

 

현대제철은 2000년대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와 경쟁구도를 바꾸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0-2011년 고로 사업을 완성했던 것이 첫 단추였다.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캡티브마켓(captive maket)이 완성되면서 성장은 가속화됐다. 기존 봉형강 사업 중심에서 판재류, 특수강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특히 포스코 유일의 고로 사업을 양대 체체로 재편했다. 조강생산 규모는 전세계 10위권으로 단번에 올라서면서 각국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그룹 차원에서 내세웠던 '원료에서 제품까지'라는 순환자원 패러다임은 또 하나의 의미를 더했다. '철강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강판은 현대차, 기아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발을 뻗게 됐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경석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전무)로부터 한국 철강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현대제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신(新) 성장 동력을 위한 행보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김경석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전무)

Q.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을 잘 견뎌낸 것 같습니다. 작년 주목할 성과를 꼽으신다면?

지난 2022년은 변동성이 매우 큰 한해였습니다. 팬더믹 시기를 이겨낸 후 상반기 중 제품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좋은 시황을 경험하였으나, 하반기 세계 경제의 급격한 둔화, 홍수 피해 등의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낸 한해였습니다.글로벌 자동차, 에너지 프로젝트향(向) 판매 확대 및 기존 H Core를 내진용 강재에서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로 재런칭하는 등 포트폴리오 역량을 강화했으며, 체코 핫스템핑 공장 증설 및 미국 전기차공장 전용 SSC 구축을 결정하며 모빌리티 사업역량을 강화하였습니다. 연구개발 영역에서는 탄소중립, 모빌리티 전동화 및 스마트팩토리 등 메가트렌드 대응 핵심기술 개발을 가속화 하였습니다. 또한 ESG 영역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결과 다우존스 등 국내외 평가지수 우수등급을 획득하였으며, 올해 세계철강협회에 최우수 지속가능경영기업으로 등재 될 수 있었습니다.   

Q. 2023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역점에 두고 있는 계획 혹은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당사는 탄소중립 시기에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도약하기 위해 4월 26일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중단기적으로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제품 공급을 확대하여 ’30년 탄소 배출을 12%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新전기로 기술 고도화 및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 확대를 통한 친환경 제철소 체제로 전환, 2050년 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고유의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통해 효율적인 저탄소 생산체제 전환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또한 당사는 우수한 전기로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1GPa급 자동차용 전기로 제품을 구현하였고, 저탄소 타이어코드강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저탄소제품은 “HyECOsteel(하이에코스틸)”이라는 현대제철 고유의 브랜드로 명명되어 주요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Q. 원가부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3년 실적은 작년 대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2022년이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해였다면, 2023년은 경기침체기입니다. 인플레이션 영향 지속으로 원료가격은 높은 수준이 예상되는 반면, 수요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한국 철강제품 수요를 55백만 톤에서 52백만 톤으로 하향조정한 상황입니다. 당사 뿐 아니라 철강사 모두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중국의 실질적인 개선에 관심이 많습니다. 단기, 중기적인 관측은 어떤가요?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전인대에서 5% 내외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5.5%를 제시했던 작년대비 경기부양의지가 축소되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인프라투자 뿐 아니라 다수의 부동산 지원 및 규제완화 정책들을 지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부동산 투자 감소율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조금씩 보이는 상황입니다.  건설시장은 중국 철강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요산업으로, 중국 철강 가격은 부동산 지표들에 후행하여 움직입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효과를 나타내며, 철강수요 역시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철강협회는 작년 말 2023년 중국의 철강 수요를 9.1억 톤으로 전망했는데, 올해 4월 이를 9.4억 톤으로 수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저가 수입재에 대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국내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시나요? 

중국의 수요는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철강사들의 1분기 조강 생산량은 2.6억 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했습니다. 수출 역시 크게 늘어난 상황으로, 국내시장에서 저가 수입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가 수입재에 대한 부분은 시황이 아니라 중국 철강업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철강산업의 공급개혁 수단으로 활용하며 생산량 감축을 추진하는 한 저가 수입재에 대한 위협은 중장기적으로 점차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향후 저탄소배출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튀르키예 지진 등 변수가 많았습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며 실물경제와 철강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반면 한국, 대만 등이 기존 우크라이나의 EU向 철강 수출 물량을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을 본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전쟁 종료 후 재건수요도 향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튀르키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일 이슈가 아니라 기후변화협정, 미/중국의 패권전쟁, 팬더믹의 경험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과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공급망의 변화’ 라는 키워드로 지속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는 이미 자국산 사용의 의무화, 자원의 무기화와 같은 국제 보호무역 정책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결국 철강재 교역시장의 위축이라는 이슈는 점차 확대될 것입니다. 한국은 철강재의 40% 내외를 수출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Q. 복잡한 대내외 환경과 불확실성 속에서 대응책은 무엇인가요?

불확실성은 사실 매년 초마다 언급되는 키워드입니다. 글로벌 경기는 주기적으로 회복과 둔화를 반복해왔으며, 공급망리스크, 팬더믹, 탄소감축, Digital Transformation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외부변수들은 예측하기 어렵고 그 영향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어떠한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입니다. 현대제철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는 방향성 하에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더불어 사회적 가치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에 따른 탄소중립체계 전환 및 친환경/경량화 소재 중심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올해 국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측면이 있을까요?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며 긍정적인 요인은 찾기 힘든 상황으로 주요 수요산업인 건설, 자동차 모두 제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다만 조선산업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대규모 LNG 선박 발주와 환경규제로 인한 친환경선박 발주 모멘텀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3년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올해부터 몇 년간 건조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후판수요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국내 철강 수급 환경, 원가 구조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에 주목하고 계신가요?

한국은 이미 철강 성숙시장으로 추세적인 성장 없이 55백만 톤 내외의 수요를 유지중입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택, 자동차, 가전 등 철강 전방산업의 소비의 주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철강 수요의 감소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일본의 사례만 봐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원가구조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철스크랩 가격과 전기요금입니다. 탄소중립이슈로 인한 전기로의 중요성은 한국 뿐 아니라 주요 철강 생산국에서 동일한 상황입니다. EU는 이미 철스크랩 수출 규제안을 채택하기로 의결한 상황입니다. 고급 철스크랩 중심으로 프리미엄 형성이 예상되는바, 순수입국인 한국은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NDC 목표에서 ’30년 발전부분 감축을 45.9%로 설정하였습니다. 원전 비중을 상향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이 열악한 만큼 원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Q. 철강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매년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포스코를 필두로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모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변화 및 영향을 예상하신다면?

한국 철강 시장은 유통구조가 중국에 비해 매우 공고한 편입니다. 따라서 당장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향후 10년 후에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만 철강구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당사는 타사와 다르게 현존하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제조업체와 유통사간 상생의 플랫폼 모델을 구축중입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말씀해 주신다면? 또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제안하신다면?

철강은 산업발전의 기초 역할로써 각 국의 철강산업의 방향성은 그 국가의 발전 방향과 궤를 같이 합니다. 중국 등 신흥국이 성장하던 시기에 역내 철강사들은 생산능력을 확장시켰으며, 일본의 장기 불황시기에 역내 철강사들은 사업구조조정에 전념하였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탄소중립으로, 이는 모든 철강사들에게 큰 숙제와도 같습니다. 기술개발 노력과 많은 비용이 수반됩니다. 철강사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탈탄소화를 진행하며 적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미,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는 탈탄소 투자에 대한 직접지원 뿐만 아니라 세액공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철강사들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철강산업을 중요한 자원으로 간주하고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산업안보, 자원안보 측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