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⑧] '미래수요' 선점 필수…정부 탄소중립 정교한 정책 필요
[릴레이인터뷰⑧] '미래수요' 선점 필수…정부 탄소중립 정교한 정책 필요
  • 김세움
  • 승인 2022.06.02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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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 슈퍼 사이클' 산업 전환기 반짝 성과
지난해 전체 수출 규모 감소...주요 품목별 명암도
특수강 소재, 전기강판 등 성장성 높은 물품 선점
변화 위해 탄소중립·공정혁신 '투 트랙 전략' 필요
대중소 기술개발 협업 과제 추진 설비 투자 지원
대체 소재 및 기술개발 등 새로운 조달 구조 구축

바야흐로 ‘엔데믹’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철강을 둘러싼 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만큼이나 불확실성이 높다. 각국의 보호무역과 신흥강자들의 등장, 글로벌 ‘톱’ 기업들의 체제 전환이 급물살을 탄다. 글로벌 경쟁구도는 이제 새로운 서막이 열린다. 본지에서는 포스코 현대재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세아베스틸 등 대형 철강사를 비롯해 정부와 중소 대표 철강사들의 전문경영인(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전략과 비전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창간3주년-릴레이 인터뷰] '엔데믹' 대한민국 철강 대표기업 비전을 듣다
① 포스코 팬데믹 '친환경 생산체제' 재편…엔데믹 "중국정책 주시해야"
② 포스코 '적자서 이익률 20%까지'…팬데믹 '100년 大計' 수립 기회로
③ 현대제철 팬데믹 3년 "체력 키웠다"…탄소중립 ESG '다양한 기회'
④ 동국제강 10년간 투자 '뚝심'…ESG 경영확대 SFG 전략실현
⑤ 정부 '철자원' 육성전략 마련...美쿼터 개선 필요-이경훈 산자부 과장
⑥ 세아베스틸 글로벌 GVC 대응력 제고…ESG경영 고도화 첨단화
⑦ 세아제강, 新성장동력 ‘선제적 투자+α’…출력 에너지 해상풍력 강화

◆ 인터뷰 :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철강 및 수요산업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로 전환하면서 폭발적인 회복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 기업들은 가격 상승 효과로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냈다. 최근 업황은 하락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부진과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고, 이는 철강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과 중장기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철강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강조하면서 ▲열처리제어공정(TMCP) 후판 ▲프리미엄 가전용 컬러강판 ▲자동차 강판용 특수강 소재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정은미 본부장은 "앞으로는 저가 양산제품 경쟁을 벗어나 '우리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라며 "대량 생산 위주 일반 제품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시장 세분화에 대응해 성장성이 높은 품목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기존 설비를 가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완벽한 친환경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공동 기술개발 협업 과제를 추진하고 설비 투자를 지원할 정책 금융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산업의 공동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철강업황에도 많은 변곡점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철강 슈퍼 사이클'은 국내 기업들에게 제2의 도약 기회로 인식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성과에 대해 총평한다면.

<A> 산업 전환기의 반짝 성과다. 국내외 산업계 전반의 수요는 폭증한 반면 공급은 여전히 타이트했다.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철강업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여건도 좋았다. 중국의 수출 제한에 따른 저가 수입산 제품 감소는 국내 기업들의 내수 점유율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수출 규모는 감소했고, 품목별 명암도 갈렸다. 대체로 강관, 컬러강판 등 경쟁력이 높거나 수요가 확실한 제품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왔다. 이는 철강업계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우리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누구나 공급 가능한 제품은 국내 철강 기업들에게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생산 비용 측면에서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철강 수출국과 가격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위주 일반 제품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시장 세분화에 대응해 성장성이 높은 품목을 선점해야 한다. 프리미엄 가전용 컬러강판, 자동차 강판용 특수강 소재,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의 전략에 휘둘리면 안 된다. 해외에서 개방해야만 하는 제품군을 늘려야 한다.

<Q> 최근 글로벌 철강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정부나 연구기관 등의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단기 전망이 있다면.  

<A>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앞서 2019년 '철강산업 2030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산업 발전에 대한 추가 전망을 통해 대략적 윤곽은 공개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제품 구조 변화, 친환경(저탄소) 제품 부상은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은 자동차, 건설, 가전, 반도체 등 수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변화에 따라 밸류체인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생산량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일례로 완성차업계의 경우 현재 국내 생산을 늘릴 계획이 없다. 반면 전기차, 수소차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해석이 달라진다. 요구 강종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역시 여전히 액화천연가스(LNG)가 주류를 형성할지, 아니면 수소나 소형 원자로가 부상할지 혼조세가 심한 상황이다. 또 철강제품 또는 완성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이 증가한 점과 대체소재의 개발도 중대한 변수다.

이처럼 산업 전 영역이 급변하는 시기에 1, 2년 간격 단기 전망은 오히려 철강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요인이 다양한 만큼 조금 더 재편 방향을 보고 신중하게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Q>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확대 등에 따라 철강산업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A> 탄소중립과 공정혁신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기존 설비를 가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완벽한 친환경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 

제품 구조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기존에 1톤이 들어가던 제품이 경량화를 통해 800kg으로 동등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약 20%의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또 기초 소재 공급을 넘어 가공 제품, 부속 제품을 패키지화할 필요가 있다. 튼튼하고 좋은 소재 생산에 그칠 경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열처리제어공정(TMCP) 후판이 좋은 사례다. TMCP 후판은 두껍고 튼튼하면서 경량화와 가공성을 모두 잡은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선제적 소재 혁신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고부가 특수강 소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특수강은 제품군이 한정적이다. 최근 일반기계, 가전업계에서 요구하는 강종별 특성들은 점점 다양화, 고기능화되고 있다. 제품 개발을 통해 고객사 선택권을 넓히고 이를 활용한 맞춤형 제품으로 연계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이같은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상생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공동 기술개발 협업 과제를 추진하고 설비 투자를 지원할 정책 금융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

<Q> 대외 여건은 여전히 변동성,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경영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가 있다면. 또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대비 방안은.

<A>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조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체 소재나 기술, 공법 등을 개발하는 것(소재 국산화)이 중요하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외부 변수에 따른 차질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다만 이같은 부분은 민간기업에서 먼저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 정부나 연구기관에서도 구체적 방법론과 지원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스크랩(고철)의 경우 현재 노폐스크랩과 가공스크랩 볼륨을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다. 최근 철강업계에서 노폐스크랩 품질 선별에 대한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정부 역시 품질 인증제도나 전문 가공업자 등록제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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