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탄소중립 현주소②] '탈탄소' 백년대계(百年大計), 세계는 지금
[기획-탄소중립 현주소②] '탈탄소' 백년대계(百年大計), 세계는 지금
  • 김세움
  • 승인 2023.10.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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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CBAM 등 탄소 규제 강화…탈탄소化 '생존 문제'
철강업계 수소환원제철·전기분해제철 등 新공정 개발
EU 2004년 R&D 본격화…瑞 SSAB '무탄소철강' 생산
H2 그린스틸, 유럽 이어 북미 등 전 세계 '영토 확장'
美 보스턴메탈, 재생에너지 활용 전기분해제철 '선두'
韓 산학연 R&D 추진…포스코 '하이렉스' 개발 역점
하이렉스, 유동환원로 방식 채택…생산 원가 '경제적'
포항제철소 부지 매립 '불가피'…환경단체 반대 '난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파괴가 전 지구적 위기로 부상하면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규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2026년부터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출할 때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역시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가량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규제 고삐를 당기는 추세다. 미국 의회에서는 유럽 CBAM과 유사한 청정경쟁법 등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철강업계에서도 '친환경 철강재(Green Steel)'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당장은 보고 의무만 있지만, 향후 탄소 배출을 줄여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생존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철강업계가 탈(脫)탄소화를 실천하기 위해 추진 중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철스크랩(고철) 비중 확대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법과 신(新)공정 개발로 탄소 배출을 사실상 제거하는 방법이다.

세계철강협회(WSA) 자료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전기분해제철 등 신공정 개발은 현재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용광로(고로) 기반 철강 제강공정에서는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주로 코크스, 석탄 등 화석연료를 환원제로 사용한다. 이들 원료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CO)가 산소(O)와 결합해 금속 철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게 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제강공정 내 환원제로 수소(H)를 투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철강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대신 물(H2O)이 생성된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유럽, EU 중심 新기술 연구개발 진두지휘

유럽연합(EU)은 앞선 2004년부터 '울코스(Ultra Low CO2 Steelmaking, ULCOS)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제철 부생가스 회수 등을 두루 추진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10개국 47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철강업계 저탄소 공정 경로를 평가하고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별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스웨덴 특수강업체 SSAB와 광산기업 LKAB, 전력회사 바텐폴(Vattenfall)이 추진 중인 '하이브리트(HYBRIT)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SSAB가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생산한 무화석철강(fossil-free steel).
SSAB가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생산한 무화석철강(fossil-free steel).

SSAB는 2016년 3사 합작사를 설립한 뒤 하이브리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대량의 철강재를 생산할 때 수소를 사용하는 실험이 본격화된 것이다. 파일럿 가동 단계까지 투자 비용은 당시 1860억 원 규모였다. 정부가 530억 원, 3사가 나머지를 공동 투자했다.

이후 2021년 6월 파일럿 플랜트에서 해면철(Sponge Iron)을 생산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고, 같은 해 8월 완성차업체 볼보에 첫 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SAB는 오는 2026년 스웨덴 옥셀뢰순트(Oxelösund) 제철소에 하이브리트 공법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무화석철강(Fossil Free Steel) 제품을 상업용 규모로 시장에 공급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제강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0)화한다는 방침이다.

스웨덴 철강사 H2그린스틸(H2 GreenSteel)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H2그린스틸은 글로벌 이차전지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를 공동 설립한 바가스 홀딩(Vargas Holding)이 지난 2020년 설립한 친환경 철강 제조업체다.

H2그린스틸은 샤프트형 미드렉스(Shaft Midrex) 공법과 친환경 그린수소를 활용해 오염 및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한 철강 생산공정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 북부 보덴(Boden) 공장은 2025년 상업 생산을 개시해 2030년까지 연간 500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95% 저감할 수 있다.

H2그린스틸이 건설 중인 스웨덴 보덴(Boden) 공장.
H2그린스틸이 건설 중인 스웨덴 보덴(Boden) 공장.

이와 함께 수력 등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보유한 캐나다 퀘벡(Quebec)주에 신규 생산거점을 마련해 북미 등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투자 규모는 최대 6억 유로(한화 약 8557억 원) 수준이며, 200만㎡(약 61만 평) 부지에 제철소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대형 전해조를 설치해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H2 그린스틸 관계자는 "철광석 매장량과 상품 운송용 항구 등을 종합 고려해 지방 당국과 부지 협상 중"이라며 "정부 관계자 역시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이 타결될 경우 2026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상업 생산은 2030년 초에 시작될 전망이다. 관련 인허가에는 18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오스트리아 특수강 생산업체 뵈스트알피네(Voestalpine)와 호주 광산기업 포테스큐 메탈스 그룹(FMG), 영국 프라이메탈스(Primetals)도 직접환원철(DRI)과 저품위 철광석을 병행 투입해 수소환원제철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기후 친화적(Climate-friendly) 철강재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그린텍 스틸(Greentec Steel)'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3사 합작사는 향후 EU 보조금을 토대로 자금을 조달해 2025년까지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2030년 말까지 상업 생산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파일럿 플랜트는 DRI와 저품위 철광석 등급별 투입 비율 등을 시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FMG는 철광석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화석연료 기반 환원제와 수소를 혼합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티센크룹(Tissenkrupp)은 2025년부터 고로에서 수소를 사용하기 위해 시험 중이며,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기술수준 분류 ‘TRL 7’ 등급에 도달한 상태다.

또 이탈리아 테노바(Tenova),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 등도 2030년부터 천연가스-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아시아, 유럽 등 선진국 기술 교류 확대

일본에서는 202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그린 이노베이션(Green Innovation)' 전략을 발표하고 '그린 전력 보급', '에너지 구조 전환', '산업 구조 전환' 등 3개 프로젝트 그룹에 총 2조 엔(한화 약 18조562억 원) 규모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중 에너지 구조 전환 그룹에는 ▲수소 활용 제철 프로세스(수소환원제철) 개발 ▲대규모 수소 서플라이체인 구축 ▲신재생에너지 활용 수전해 수소 제조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10여개 탈탄소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특히 올해 9월에는 '제18차 그린이노베이션 에너지 구조 전환 워킹그룹 심의회'를 개최하고 수소환원제철 관련 지원금을 1935억 엔(1조7469억 원)에서 4499억 엔(4조617억 원)으로 2.3배 이상 대폭 증액했다. 내수 산업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더욱 속도를 낸다는 취지에서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제철공정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삭감할 것"이라며 "관련 기술 실용화 시기도 2040년 중반에서 5년가량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철강 생산량 2위인 인도 역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인도 정부와 스웨덴 정부는 이달 중순 수소 기반 탈탄소 친환경 철강재 공동 연구, 소규모 파일럿 설비 운영에 대한 협력 논의에 들어갔다.

인도 철강부 측은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인도 내에서 산업 전환 플랫폼을 운영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환경산림기후변화부에서는 스웨덴 정부와 의향서(LOI) 최종 확정 완료 시 수행 가능한 프로젝트에 대해 철강부로부터 제안을 구한 상태다.

스웨덴 금속연구소(Swerim) 초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 매장된 철광석은 대부분 Fe 58% 등급 미만으로, 제강공정에 저품위 광석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고로를 직접 환원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동 연구에서도 코크스, 석탄 사용을 줄이고 수소 또는 바이오 매스·연료, 대나무 등 친환경 환원제로 대체하는 방안을 집중 탐구하기로 했다.

양국 간 협력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올해 4분기 플랫폼 개발,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투자금 유치와 파일럿 구현 및 모니터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 전기분해제철 '1인자' 상업 스케일업 관건

전 세계에서 수소환원제철 외에 새로운 탈탄소 기술로 주목받는 것은 전기분해제철 공법이 있다. 이는 용해된 철광석에 직류 전류를 방출해 구성 성분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과정에서 사용된 전기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일 경우 탄소 배출량은 제로가 된다.

미국 보스턴메탈(Boston Metal) 직원이 '융융 산화물 전기분해(MOE)' 기술로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 기업인 미국 보스턴메탈(Boston Metal)은 2012년 MIT 연구소에서 시작된 친환경 철강 스타트업으로 '융융 산화물 전기분해(MOE)'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원스텝(One-Step) 공정을 통해 모든 등급 철광석을 강철로 변환할 수 있으며, 물이나 금속 촉매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보스턴메탈은 MOE를 활용해 친환경 철강재와 주석, 니오븀 등 고부가 금속을 상업 생산하기 위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2018년 시리즈A 펀드에서 2500만 달러, 2021년 시리즈B 펀드에서 6000만 달러, 올해 시리즈C 펀드에서 1억2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보스턴메탈은 유치한 자금을 토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워번(Woborn)시에 친환경 철강재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했고, 철강공장 부지 선정 및 예비 설계에 나설 계획이다.

또 연내 브라질 생산법인(Boston Metal do Brasil)을 통해 현지 제조시설을 건설하고, 시운전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통해 현재 폐기물로 간주된 슬래그에서 금속을 선택 추출하며 생산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수익성 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역시 올해 6월 벨기에 '존 코커릴(John Cockerill)'과 함께 세계 최초 저온 전기분해제철 플랜트 '볼테른(Volteron)'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플랜트는 2027년 가동해 연간 4~8만 톤 규모로 철강재를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용량을 30~100만 톤 수준까지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아르셀로미탈이 주도하는 시더윈(Siderwin) 프로젝트는 이미 수성 전해질을 사용한 저온 전기분해제철 기술을 연구해 'TRL 4' 등급 파일럿 플랜트에서 4㎏의 철을 생산했다. 이어 유럽 내 11개 파트너사를 모집해 'TRL 6' 등급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 수소유동환원로 '첫 걸음' 포스코 '하이렉스' 중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철강산업 발전 원탁회의'를 열고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철강산업 발전 원탁회의'를 열고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은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고로 11기를 수소유동환원로 14기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수소유동환원 기초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100만 톤급 실증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확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존 고로 및 전기로 등에서 탄소 감축을 극대화하기 위한 저탄소 연원료 대체, 고효율 전기로 등 2030년까지 약 2400억 원 규모 연구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금속재료연구조합(KOMERA)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위한 국책 과제를 진행 중이며, 국내 유수 대학 연구진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창원특수강, 휴스틸 등 주요 철강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충종 산업부 철강세라믹과 과장은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현재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연구개발비의 20~30%, 설비투자비의 3~6%를 세액공제하고 있다"며 "향후 국가전략기술 등록을 추진해 혜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 개념도.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 개념도.

핵심 기술인 포스코 하이렉스(HyREX) 공법은 유동로에서 분광석을 수소 환원해 철강을 생산하는 개념이다. 앞선 2007년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량한다는 취지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혁신 기술로 수소가 25% 포함된 환원가스를 사용해 소결 및 코크스 공정을 생략, 가루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하이렉스 공법에서 수소는 예열을 거쳐 다단으로 구성된 유동환원로 하부로, 철광석은 상부로 투입돼 직접환원철(DRI)이 만들어진다. 이후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로 내에서 DRI를 녹이면 탄소 배출 없이 높은 수율로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환원로에 다수의 반응기를 구성해 온도제어에 유리하다는 설비 기술적 이점도 있다.

또 분광석을 직접 투입하는 유동환원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펠릿을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샤프트형 미드렉스 공법)에 비해 원료 확보가 쉽고 생산 원가가 경제적이다.

펠릿은 주로 유럽, 북미에서 채굴한 자철광 또는 적철광으로 생산하는데, 이는 글로벌 철광석 생산량의 약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갈철광이 차지한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 18억 톤 중 펠릿 공급량은 4억2000만 톤 규모로, 향후 업계 내 저탄소 기술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는 "각 나라에 최적화된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원료 수급 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고급 철광석 공급이 용이한 북미, 유럽과 달리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에서는 유동환원로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앞선 2020년 12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해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도입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상 투자비는 40조 원 수준으로, 수소 확보와 신규 전기로 도입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후 포스코기술연구소에서 한 번에 50kg 생산이 가능한 시험 유동로를 가동하고, 지난해 7월 파이넥스 설비를 공동 설계한 영국 프라이메탈스(Primetals)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데모플랜트 설계에 착수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9월 씨에프인더스트리즈(CF Industries)와 미국 내 블루암모니아 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 주요거래조건서를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9월 씨에프인더스트리즈(CF Industries)와 미국 내 블루암모니아 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 주요거래조건서를 체결했다.

핵심 원료인 수소 공급망 구축도 이미 착수한 상태다. 포스코의 모회사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9월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기업 씨에프인더스트리즈(CF Industries)와 미국 루이지애나(Louisiana)주에서 블루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사업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씨에프인더스트리즈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대규모 암모니아 생산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암모니아 생산량은 900만 톤에 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산소 주입을 통해 자체 발열을 유도해 수소를 생산하는 ATR 기술과 CCS 기술을 활용해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이상 저감할 수 있고,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향후 루이지애나에서 생산한 블루암모니아를 국내로 운송한 뒤 수소로 전환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린수소의 경우 호주,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에서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PFS)에 착수했다. 앞선 6월 동 지역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에 설립한 친환경 직접환원철(HBI) 생산법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호주에서 HBI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서호주 정부에 부다리(Boodarie) 전략산업단지 부지 임대를 신청해 12월 할당을 승인받기도 했다.

또 오만 두쿰(Duqm) 지역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프랑스 엔지(ENGIE), 태국 PTTEP 등이 참여한 글로벌 컨소시엄이 그린수소 독점 사업개발 및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착공해 2030년 그린암모니아 120만 톤, 그린수소 22만 톤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 '31년 포항 수소제철소 준공…부지 확보 '절실'

포스코는 이같은 제반 작업에 힘입어 올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설립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6월에는 국토교통부에 제철소 인접 공유 수면을 매립해 약 135만㎡(41만 평) 부지를 확보하는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을 신청하기도 했다.

기존 부지는 이미 포화 상태로, 신규 공장을 준공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적기 달성을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 국토부 산업단지 계획 심의,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 심의 등 남은 행정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포스코는 인허가 완료 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호안 축조 공사를 선행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2028년부터 2041년까지 단계적 부지 조성에 들어간다. 특히 2031년에는 수소환원제철 1공장을 착공하고, 이후 2공장과 3공장을 순차적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올해 7월 부지 조성과 관련해 2차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제철소 인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바다를 매립할 경우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반발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물고기 산란장으로 알려진 잘피류 서식 분포 자료 일부 누락 등 연안매립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정부 인허가 일정이 지연될 경우 호안 및 부지 조성도 지체돼 향후 공장 건설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목표 일정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지난 5월부터 부지 조성과 관련해 송도동, 해도동, 청림동 등에서 7차례 별도 설명회를 실시하고, 6월 1차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7월 2차 합동 설명회, 9월 공청회를 추가 개최하는 등 관계자들과 지속 소통하고 있다.

포스코의 해양 잠수 결과에 따르면 사업 대상 지역 내에 잘피류 서식은 실측되지 않았으며, 3~5km 이상 떨어진 장소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가기관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한 해양영향 검토에서도 해안선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은 자동차, 조선업 등에 소재로 쓰이고 있어 철강 분야 탄소중립은 수출 타격을 줄이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기후 변화가 가속화된 만큼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포스코기술연구소 전무도 "하이렉스 공법은 기술적 뿌리가 되는 파이넥스 공법을 운용 중인 포항에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수소환원제철 공장에서 생산한 DRI를 전기로에 곧장 투입하기 위해서도 인접 부지에 준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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