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상호성의 법칙, 일을 통제하고 즐겨라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상호성의 법칙, 일을 통제하고 즐겨라
  • 김진혁
  • 승인 2024.03.05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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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세상에는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의견과 추구하는 가치, 욕망과 혐오다. 하지만 신체와 재산 명성은 통제할 수 없다.”라고 통제의 양면성을 말했다.

인간은 열심히 훈련하고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도, 결과물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수동적 존재이거나 무력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플랭크는 인간 존재의 근본은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만일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면 사람들은 결과적인 공허함을 쾌락주의적 즐거움, 권력, 물질주의, 증오, 지루함으로 채운다. 따라서 세상을 보는 시각,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 행복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은 의지를 통제하면서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평생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최소 8만 시간(약 27년)이라고 한다. 그 시간 동안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의 절반은 행복하지 않다. 미국에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 실제 일을 그만두진 않지만, 맡은 업무를 최소한으로 처리하는 행위) 증가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1조9천 억달러(2540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은?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상호성의 법칙(Law of Reciprocality)을 활용해야 한다. 상호성의 법칙은 1971년 심리학자 데니스 리건(Dennis Regan)이 주장한 것으로 A가 B에게 호의를 베풀면, B 역시도 A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법칙이다. 쉽게 말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라는 속담과 같은 의미다. 한 실험자는 대학생들(피험자) 중 한 명에게 실험실 앞의 ‘공짜 콜라’를 권한 후에 학생들에게 기숙사 자선모금을 위한 행운권 구입을 권유했다. 공짜 콜라를 마신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행운권을 두 배 이상 더 많이 구입했다. 공짜 콜라를 받은 대신 나도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상호성의 법칙이 실현된 사례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받는 대로 갚으며, 집단주의 문화에서 더 큰 효력이 있다. 일단 경조사비를 받으면 공짜가 아닌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된다. 남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받으면, 나 역시도 부정적인 인상을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때도 포함된다. 상호적 친구 관계가 형성되면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깊은 정서적 유대와 헌신을 공유한다. 1985년 멕시코시티에서 진도 8.0 지진이 일어나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해, 에티오피아는 수십만 명이 아사할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에티오피아는 5,000달러 상당의 구호금을 보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왜 그랬을까?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 때 멕시코가 에티오피아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6.25 전쟁 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국가다. 여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3518명의 에티오피아 군대가 참전했고, 그 중 121명이 사망하고 536명이 부상을 입는 은혜를 베푼 국가다. 그러나 정전 후 1974년 에티오피아 내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며 참전용사 대부분이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우리나라는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여러 단체의 의료지원은 물론 교육·농업 환경 개선 사업에 성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슈나(Krishna,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신) 신도들은 기부금 모금 방식에 상호성의 법칙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신도들은 공항 같이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여행객에게 다가가 ‘우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며 꽃을 안긴 뒤 기부금을 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게 잘 먹혔다. 공항 관계자들은 한때 크리슈나 신봉자들이 공항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어느 소년이 착한 마음으로 10달러 불우이웃 돕기 자선 음악회 티켓을 사달라고 했다. 거절하자, 곧바로 1달러짜리 초콜릿 사탕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소년이 티켓 파는 것을 양보했기에 나로서도 뭔가를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탕을 샀다. 사실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았지만. 소년은 커다란 요구에서 작은 것으로 양보했는데, 그 보답을 하지 않기가 거북해서 어쩔 수 없이 사탕을 산 것이다.

식품점 시식 코너에서 일단 맛을 본 사람들은 안 사고 지나치기가 미안스러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산다. 비즈니스에서 상호성의 법칙은 계약, 연봉협상, 인사이동 등에 활용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생긴다. 뿌린 대로 거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배려와 베풂의 씨를 뿌린 후에야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베풂은 되돌아온다. 베푼 것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받은 은혜는 돌에 새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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