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세상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세상
  • 김진혁
  • 승인 2024.0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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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산업 전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AI 인공지능과 디지털 대전환이 진행되면서 세상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혼돈의 시대다. 최근 블러(Blur)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래 ‘희미한 것’ 또는 ‘흐릿해진다’라는 의미로 방송 화면에서 주변 인물을 알지 못하도록 처리하는 용어이다. 여기에 Big을 붙여 ‘Big Blur’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과 서비스 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등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이 산업 생태계를 급변시킴에 따라 산업간,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실제로 산업간 융복합이 나타나고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확대되면서 과거의 산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업종의 출현이 빈번하다.

빅블러(Big Blur) 현상은 이종 산업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융합되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 및 업종 간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는 기업이 가진 업(業)의 확장을 의미한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결제와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여 은행보다 많은 돈을 예치한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시작해 현재는 이커머스, 음악 스트리밍, 물류,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 공유회사 우버(Uber)는 우버이츠(Uber Eats)를 통해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정보통신 기업들이 간편결제와 대출 기능을 도입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알뜰폰 브랜드를 출시하고 배달 서비스 및 비금융데이터로 입점한 사업자의 매출 규모를 측정하고 대출한도를 산출한다. 빵집 파리바게뜨에서는 ‘정통 자장면’을 가정간편식으로 판다.

‘빅블러’는 쇼핑의 개념을 오프라인 유인(有人) 매장 방문에서 스마트 배달 서비스 대세로 바꿔놓았다. 제조업과 소매 서비스업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TV홈쇼핑과 유튜브의 경계 또한 사라져간다. 빅블러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에 주목하며 생존의 활로를 뚫으려 노력하고 있다. 빅블러 파도가 밀려오고 빅블러의 은혜와 저주를 동시에 받아내야 한다.

혼돈과 격변의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시계(視界)와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은 점점 커진다. 프랑스 속담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저물녘에는 언덕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지금의 격변이 딱 그러하다. 자고 나면 세상이 변화하기에 변화를 식별하기 힘들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도 벅차다. 전통적 시공간의 의미는 해체되기 시작했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생각과 개념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되고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사람처럼 글을 쓰고 이미지도 만들고 있어 인간의 창작과 인공지능의 생성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미래에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상용화하고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증강현실을 이야기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건만 지금은 첨단기술로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강화하는 증강인간, 포스트 휴먼을 언급한다.

“한 우물만 파라”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비즈니스에서 기술·산업·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혁신으로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반도체 분야의 강자인 인텔이 미세공정(微細工程) 경쟁에서 밀려 자체 생산이 아닌 삼성전자와 TSMC(대만)에 위탁 생산한다.

‘빅블러’ 시대에는 모든 기업이 경쟁자다. 뜻밖의 경쟁자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초경쟁시대다. 빅블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력 계발과 다양한 경험 속에 쌓여있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찾아내서 현재와 미래를 선도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계속 뛰는데, 왜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붉은 여왕이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내가 아무리 빨리 뛰어도 주변 환경과 경쟁 상대 역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문다.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당신은 생존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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