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삶은 고단하지만 장엄하다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삶은 고단하지만 장엄하다
  • 김진혁
  • 승인 2024.0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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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청룡의 해, 갑진년 한국 경제 전망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전망한다. ‘용문점액(龍門點額)’ 물고기가 급류를 힘차게 타고 협곡을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머리가 부딪혀 이마에 상처가 난 채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변곡점에 서 있다.

LG경영연구원은 ‘2024년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경제가 소비와 투자 부진, 더딘 수출 회복 등에 따라 2년 연속 1%대 성장률에 그치며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타 연구소도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늘어난 재고 부담으로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리라 예측한다. 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2023년(2.9%)보다 낮은 2.4%로 전망한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고용의 직격탄이다. 유통업계인 롯데마트는 전 직급별 10년 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매출 부진과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구글은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의 광고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기존처럼 많은 직원이 필요 없게 되어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한다.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했던 창작의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작곡하고, 그림을 그린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과 혼란스러운 갈등과 문제점에 노출되었다.

그렇다고 경제만 좋아진다고 행복이 저절로 다가올까? 사람들은 재물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런 성공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조건이나 시비 장단에서 벗어나, 작지만 소박한 기쁨의 선택, 현재 누리는 평화롭고 자유스러운 일상이다.

직장생활의 고단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부당한 보상, 상사와의 꾸중 및 불화, 동료와의 경쟁, 밥벌이의 지루함… 아마도 이 모두가 출근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것이 비단 직장생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힘들고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 보이지 않는 경쟁, 단절된 소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직장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은 직장 밖의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직장살이가 고달파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87.5%가 ‘있다’ 라고 답했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진심 어린 삶을 살고 있는가? 혹시 다른 사람의 시선대로, 의지대로 혹은 떠밀려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과 직관은 자신이 뭐가 되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삶의 주인공으로 살라는 충고다.

삶은 멈추지 않는다. 장수와 생명이라는 선물도 주어졌다. 때론 무기력이 당신에게 고통과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무기력은 더 강해지기 위한 짧은 터널일 뿐이다. 터널을 무서워말고, 그 터널을 지나 밝고 환한 길로 살아내길 응원한다. 질곡을 헤쳐온 인동초 정신을 되새기자. 사노라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

나의 서재에는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만종’ 그림 복사본이 걸려있다. 석양이 물들어가는 너른 들녘에서 한 가난한 농부 부부가 일손을 놓고 멀리 교회당에서 들려오는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고개 숙여 기도하는 장면이다. 부부는 오늘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우리가 누리는 풍족한 삶은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다. 1950~60년대만 해도 보릿고개와 도시의 서민들은 옥수수빵 무료급식과 꿀꿀이죽으로 연명하지 않았는가? 과연 나 자신부터 배고픔과 추위를 잊게 해준 사회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반성한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지만, 삶은 힘겹고 고단할 뿐만 아니라 처연하다. 희망을 품고 꿈을 세워 봐도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우리는 견디고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삶은 장단이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얼마나 나의 인생을 살았는가? 내 가슴이 따르는 일을 했는가?”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이 뛰는 일을 하자. 비행기에는 백미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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