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
  • 김진혁
  • 승인 2024.02.16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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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당신의 취향은 단순하고 간단한 것과 복잡하고 어려운 것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하십니까? 화려하고 고풍의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일의 가구가 좋지만, 때로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웨덴의 이케아 저가 가구에 매료됩니다. 이케아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단순성(simplicity), 미니멀리즘(minimalism), 기능성(functionality)이 핵심이다. 제품을 완제품으로 판매하지 않고 부품으로 구성된 반제품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골라 원하는 형태로 조립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식탁의 경우 테이블 상판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다리도 자유자재로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반제품 형태로 가구를 판매하기에 제품 가격이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 규모의 경제로 반값 구매 행진을 부추겼다.

많은 사람들이 현란한 미사여구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단순한 말 한마디에 속마음을 들켜 떨기도 한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그래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Less is more)”, 혹은 “단순한 것이 최고다(Simple is the best)”, “다른 것이 다 같다면 단순할수록 좋다”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서기 90~168년)는 “가장 단순한 가설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이 좋은 원리다”라고 말했다. 중세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더 적은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데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라고 했다. 중세 철학자인 존 던스 스코투스(John Duns Scotus, 1265~1308)는 “필요 없이 복잡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단순함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론은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다. 여러 가설(hypothesis)이 있을 때에는 가정(assumption)의 개수가 가장 적은 가설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컴의 면도날은 절약의 원리, 경제성의 원리, 간결함의 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컴의 면도날은 불필요하게 복잡한 말을 걷어내고 간단히 정리하는 것이다. 본래 윌리엄 오컴은 중세시대 스콜라 철학의 수도자였다. 감각적인 직관적 인식만이 유일한 지식의 원천으로 보편성을 부정한다. 그가 명예를 누린 이유는 스승의 주장도 주저 없이 비판을 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를 비판하여 이단으로 몰려 4년간 아비뇽에 유폐되었으나, 뮌헨으로 도주하여 거기에서 많은 저작을 남겼다. 플라톤의 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별자는 영원한 보편자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이데아(idea)란 플라톤 철학의 중심 개념으로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를 뜻한다. 근대에는 인간의 주관적인 의식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A라면, B라면 등 라면의 종류는 회사마다 다르다. 각각의 라면을 개별자라고 하면서 라면을 통칭할 때 이데아라고 한다.

이데아는 현실 세계에는 실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보편자다. 이데아는 깎지 않은 수염처럼 무성하다고 묘사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개별적인 존재만 있을 뿐 이데아 같은 보편자를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효율적인 시장의 가설(假說)’을 세우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런 농담이 생겨났다. 돈을 주우려는 경제학자에게 나이가 많은 동료 경제학자가 그런 돈에는 신경을 끄라고 말했다. 왜냐고? 만약 20달러 지폐가 실제로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면, 누군가는 이미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수 두 명이 바다에 표류되어 무인도에 도착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그에게 통조림이 발견됐다. 한 사람이 묻는다 “어떻게 따면 좋을까요”, “일단 통조림 따개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급박한 상황에 따개 타령을 하는 것이 이데아일 수 있다. 동양 속담에 “법령이 많을수록 도적은 오히려 많아진다.”

아일랜드의 탐미주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통찰력 있는 말이다. “삶은 복잡하지 않다. 우리가 복잡할 뿐이다. 삶은 단순하며, 단순한 것이 옳은 것이다.”

당신은 바다에서 떠다니는 잎사귀가 아니라, 바다의 주인이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긴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자 성취다. 모든 어두움에 빛이 있듯이, 장미꽃은 가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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