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매미 예찬, 지극한 덕을 갖춘 소리를 기대하면서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매미 예찬, 지극한 덕을 갖춘 소리를 기대하면서
  • 김진혁
  • 승인 2024.03.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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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지루한 장마가 그치자 매미는 울기 시작했다. 매미의 울음은 여름을 알리는 소리다. 사물이나 현상이 극에 달하면 반전이 일어나는 물극필반(物極必反)과 같다.

매미는 흔히 2~5년 대부분을 땅속에서 약충(若蟲)으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 그러다 땅을 뚫고 나온 애벌레는 마지막 껍질을 벗고 비로소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매미로 환골탈태한다. 가장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엄청나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왔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다.

주로 7·8월 나무 위로 기어올라 약 3~4주를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이 기간에 수컷들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암컷을 부르는 큰 소리를 낸다. 매미의 울음은 자기 존재를 알리는 소리인 동시에 죽음을 불사하는 위험한 행위이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는 새들의 맛있는 먹잇감이 된다. 그럼에도 매미의 울음은 종족 번식을 위한 용기있는 사명이다. 예로부터 매미의 짧은 생을 인간 세계의 허무함과 비유했다. 불교에서 허물을 벗는 것을 해탈로 표현했다. 도교에서는 껍질을 벗고 일어나는 ‘재생’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매미는 곤충이지만 인간과 친숙하게 표현되어 있다

매미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곤충으로 예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울음소리는 동요 등 음악의 소재로 등장하고, 성충은 물론 허물과 유충도 한약재로 활용된다. 따라서 매미의 생태적 특징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매미를 청렴결백과 재생의 상징으로 여겼다. 조선 시대 왕이 정사를 볼 때 쓰는 모자 익선관의 모양은 매미의 날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관료의 관모 역시 매미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관모의 매미 날개 모양의 양쪽 깃은 관리들이 서로 쳐다볼 때마다 매미의 덕목을 떠올리며 정사를 잘 베풀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관(冠)의 끈이 늘어진 형상은 글(문)을 읽어야 하고, 이슬을 먹기에 선비의 청(淸)과 렴(廉)을 지녔고, 거처할 곳을 마련하지 않기에 검소(儉)하고, 때맞춰 죽음을 맞기에 신의(信)를 지녔다.

이처럼 매미의 생김과 삶을 이상적으로 미화시켰다. 매미와 관련한 고사성어로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해탈해 더 높은 경지에 들어서는 선태사해(蟬蛻蛇解)라고 비유한다. 뱀은 묵은 허물을 벗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매미도 금빛 날개를 가진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형용한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고도 한다. 黃雀伺蟬(황작사선)은 참새가 매미를 엿본다는 뜻으로, 자신에게 장차 다가올 위태로운 재난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함을 이른다. 이렇듯 매미는 새로운 변화나 재생이나 영속을 상징해왔다.

서진(西晉)의 관리이자 문인이었던 육운(陸雲, 232-303)은 매미를 일컬어 다섯 가지의 덕(五德), 즉 문(文)·청(淸)·염(廉)·검(儉)·신(信)을 지닌 곤충이라고 칭송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문덕(文德) 머리가 관(冠) 끈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을 갖춘 ‘배움’이다. 반복적으로 우는 소리가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와 같다. 둘째, 청덕(淸德) 매미는 오로지 수액과 이슬만 먹고 사는 ‘깨끗함’이다. 셋째, 염덕(廉德) 사람이 먹는 곡식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청렴함’이다. 넷째, 검덕(儉德), 다른 곤충들처럼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 사는 ‘검소함’이다. 다섯째, 신덕(信德), 철 따라 때맞추어 허물을 벗고 할 도리를 지키는 ‘믿음’이다.

매미 날개를 양쪽으로 단 신하의 모자는 매미처럼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소동파 나이 47세(1082년)로 황주로 귀양 와서 밤에 뱃놀이하면서 지은 ‘전적벽부(前赤壁賦)’에서 “표표히 세상을 잊고 홀로 날개 단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飄飄乎如遺世獨立羽化而登仙)”고 노래했다. 도가(道家)의 사람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으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데서 온 표현이다.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물결은 일지 않았다.

한낱 미물인 매미의 짧은 생일지라도 “너무 울어 텅빈 마음이 되다”처럼 당당히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는 용기와 자신감을 배웠으면 한다. 극히 짧은 기간이지만 살아 있음의 생명에 대한 예찬과 격려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슬을 먹는 청렴함과 검소함을 보이는 시대의 리더들이 많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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