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발등의 불로 닥친 ‘저탄소 철강재’ 공급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발등의 불로 닥친 ‘저탄소 철강재’ 공급
  • 나병철
  • 승인 2022.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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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각국 정부들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산업들도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와 철강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10월 Volvo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철강재를 사용하는 ‘신형 트럭’을 2022년부터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의 철강회사인 SSAB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하여 ‘저탄소 철강재’를 조달할 예정인데, 이러한 시도는 자동차 생산 Supply Chain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 중의 한 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트럭은 배터리식 전동 파워 트레인을 장착하고 자동 조정으로 주행하는데, 8.2톤 중량 중 약 70%가 철강 및 주물로 이루어져 있다. 2022년부터 소량 생산하다가 이후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스웨덴의 철강회사 Ovako사와도 제휴하여 ‘저탄소 철강재’를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년 2월에 독일 Salzgitter Steel은 BMW 그룹의 모든 유럽 부품 가공공장에 ‘低이산화탄소 공정(Low-CO₂ process route)’을 통해서 생산한 철강재를 2026년부터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였다. BMW의 유럽 프레스 공장에서는 연간 50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양사는 5년 전부터 BMW 라이프치히(Leipzig) 스탬핑 공장에서 재사용 가능한 철스크랩(고철)을 회수, 철강 생산에 다시 투입하기 위한 폐쇄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BMW는 Salzgitter와의 계약 외에도 스웨덴 스타트업 H2 Green Steel과 2025년부터 수소와 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저탄소 철강재’를 조달하기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편, 최근에 스웨덴의 SSAB사는 ‘저탄소 철강재’를 일본시장에 조만간 공급한다고 밝혔다. 석탄 대신에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법의 하나인 HYBRIT(Hydrogen Breakthrough Ironmaking Technology) 공법으로 생산하는 철강재로서 2026년부터 본격 생산을 앞둔 파일럿 플랜트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대상이다. 그 밖에 Mercedes-Benz 및 GM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사들도 조만간 ‘저탄소 철강재’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동향을 감안해 볼 때, 철강재 주요 수요처인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탄소중립 목표 조기 달성 명분과 홍보 효과를 위한 ‘저탄소 철강재’ 채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수소환원 제철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의 소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약에 글로벌 자동차업계 간에 ‘저탄소 철강재’ 채용 경쟁이 2~3년 안에 현실화 된다면, 특수한 지배 구조 및 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 및 철강업계에 미칠 파급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발등의 불이 되어 가고 있는 ‘저탄소 철강재’ 공급을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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