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이야기] 철스크랩에 주목하라
[나병철의 철강이야기] 철스크랩에 주목하라
  • 나병철
  • 승인 2022.03.0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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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최근 국내 철스크랩 시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하고, 돈을 주어도 물량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특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도 최종 철강제품의 경기 사이클에 따라서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락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철스크랩 시장이 요동을 친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이러한 철스크랩 수요와 공급의 ‘미스 매치 현상’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안정적인 철스크랩 확보에 전력투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요인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주요 철강업체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편의 한가지로 최근에 전기로 설비 신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회사들 중에는 전기로 장입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목적으로 직접환원철(DRI) 생산 설비도 동시에 신설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철강회사들의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철스크랩을 시장에서 조달해서 원료로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철스크랩 수요는 크게 증가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인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철강 생산량 중 전기로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0% 수준인 전기로 생산 비중을 2025년까지 25%로 상향시킬 계획이며, 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중국 내에서의 철스크랩의 수집/공급량을 2020년 2억6천만톤 수준에서 2025년에는 3억톤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셋째, 현재 세계 주요 고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개발 중에 있는 수소환원제철법이 상용화되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까지는 많은 난관과 절대 소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로사들도 관련 신기술이 개발, 적용될 수 있을 때까지는 불가피하게 고급 철스크랩을 시장에서 조달, 전로에 장입하는 비율을 점차 확대함으로써 단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국내 철강업계는 철스크랩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국내 철강업계의 철스크랩 수입량은 약 440만톤으로, 전 세계 무역량(1억톤 수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를 기록했다. 당분간 철스크랩 국내 자급률 100%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철강업계로서는 안정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철스크랩을 조달할 수 있도록 거래선을 새로 정비/강화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세계 철스크랩 무역 국가를 살펴보면, 수출 초과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및 유럽 일부 선진 국가(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다. 반면에 수입 초과 국으로는 터키, 한국, 대만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철스크랩 수출 초과 국들뿐 아니라 수입 초과 국가들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해서 시황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직접환원철과 같은 철스크랩 대체재를 조달, 사용할 수 있도록 HBI의 글로벌 생산/수입/활용 체제도 구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고급 철스크랩의 발생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크랩에 포함된 황, 구리 같은 유해 불순물 원소를 제거하거나 무해화 할 수 있는 기술도 시급하게 확립해야 할 것이다.

혹시 아직까지 철강업계의 일부 종사자 중에 철스크랩은 철강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돈만 주면 언제든지 조달, 사용할 수 있는 부원료 정도로 간주해온 사람이 있다면, 하루빨리 그러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프로필]

학력
- 연세대학교 산업경제학 석사
- 아주대 MBA

경력
- 포스코 경영조사부 경영조사과장
-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산업연구센터장(상무)
- (주)POMIC 대표이사
- 현재 (주)스틸투모로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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