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인구감소와 철강재 수요감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페로칼럼] 인구감소와 철강재 수요감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김홍식 대표
  • 승인 2023.09.0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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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흔히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고 표현한다. 건축물에서부터 자동차, 가전, 주방 기구, 의료 기기, 가구, 문구류, 무기 등 생활 주변의 80%가 철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30년간 국내 철강재 수요량은 43%가 늘었다. 생산은 세계 6위고, 수출입 물동량을 합친 무역량은 세계 5위다. 또 인당 강재 소비량은 1,000kg이 넘는다. 십수 년째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러한 호시절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적어도 업계 내에서는 없다. 당장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7.7%나 감소하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는 늘 수요감소에 대비한 장기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수익을 내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필자는 철강재 수요감소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기술 발전에 따른 사용 소재 변화다. 가령 전기차의 등장으로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던 강관 사용이 줄어든 것이 좋은 예다. 물론 전기강판처럼 혜택을 보는 품목도 있지만, 3만개에 달하는 부품이 1만개로 줄어든다는 것은 전반적인 수요감소를 의미한다.

또 향후 3D 프린터가 보편화되면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법도 변화가 올 것이다. 필요한 것만 3D 프린팅으로 생산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3D 프린팅은 이미 의료분야까지 침투했다.

기술의 변화가 반드시 철강업계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가령, 지진이나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새로운 수요창출의 기회도 된다. 이미 태양열이나 해상풍력 분야에서 경험을 했다. 다만 향후 환경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등장하면 철강산업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는 대체재와의 경합에서 밀리는 경우다. 가령 말뚝 시장에서 강관과 콘크리트 파일, 배관용 시장에서 PVC와 각종 비철 파이프, 자동차 외판 시장에서 알루미늄 강판과의 경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격이다. 가격을 무한정 낮출 수는 없다. 그래서 경쟁 제품보다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수요감소의 가장 큰 적은 인구감소다. 인구감소는 철강재뿐만 아니라 전산업, 나아가 정부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한국의 인구는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2025년에는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 접어든다는 보고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감소는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수요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는 대체재와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과거처럼 가격이나 품질을 앞세워서는 경쟁 제품을 이기지 못한다.

가격이나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상황에 맞는 플러스 알파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내진용 강재를 수출할 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는 정부를 설득, 관공서나 공공건물부터 내진용 철강재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관계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2019년 베트남에서 관련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최근 컬러강판 업체가 건축물 내장재에도 사용할 수 있는 프린트강판을 개발했다. 모든 사진이나 그림은 물론 대리석과 같은 문양도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 있고, 크기도 얼마든지 조절을 할 수 있다. 이 제품을 개발했던 업체 사장은 “지하상가 통로나 사무실 내외부, 가정에서도 벽지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 그럼 이 제품을 홍보하려면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할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을지로 지하보도에는 한국의 풍경이나 전통 놀이 사진을 프린팅해서 걸어놓고, 잠실 야구장 출입구에는 야구선수 사진이나 경기 장면 사진을 구현해서 걸어놓으면 어떨까? 당연히 하단에는 ‘이 사진은 OO사에서 제공한 철판으로 만든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써 놓으면, 사람들은 “철강 제품으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주택 벽지 대용으로 이 제품을 사용하려면 주부를 대상으로 설명해야 한다. 주택 구매 우선권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홍보활동을 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국 소재 개발은 대형 메이커가 하되, 분야별 중소업체(외장재, 마감재, 패널 업체 등)는 제품 개발에 힘쓰는 이원화된 협업시스템이 구축 돼야 한다.

관련 학회와 언론, 특히 전문지의 노력도 중요하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메이커는 학회나 기관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비공개가 많다. 이러한 학술 모임도 실용중심이 돼야한다. 전문지는 경쟁 제품에 비해 철강 제품의 어떤 점이 우수한지를 기사나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협회가 주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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