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분석①] 韓 전기로 폐쇄 조강 비중 31.8%↓ '추세 역행'
[기획분석①] 韓 전기로 폐쇄 조강 비중 31.8%↓ '추세 역행'
  • 정하영
  • 승인 2021.02.0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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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비중 이란·미국·터키·인도 순으로 높아
비중 낮은 중국·일본 전기로 생산 확대 적극적
동부제철·포스코·현대제철 채산성 낮은 열연용 생산 중단
세계적 탄소 배출량 감축 위한 전기로 체제 전환에 역행

(편집자주)

세계 철강업계의 최대 과제이자 관심 사안은 탈탄소이다. 주요국들이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선언했고 제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철강산업이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아르셀로미탈이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iity)을 선언했고 포스코, 일본제철, 유럽 철강사들이 뒤를 이었다. 탄소중립의 방법은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상업화다. 철강공정 중 90% 이상의 탄소가 제선공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 제강법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제철은 국내에서 전기로 제강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고 이미 세토나이 제철소 히로하타 지구에 전기강판용 전기로 증설을 확정했다. 미국의 US스틸은 합병한 빅리버스틸을 전기로 체제로 전환 중이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2025년까지 전기로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인 2억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은 2007년 46.5%까지 늘었던 전기로 조강 비중이 최근 31%까지 하락했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음은 물론 머지않아 현실이 될 철스크랩(고철) 자급화의 효과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정리 페로타임즈)

(제법별 조강 생산량 및 전기로 비중)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2001년 4385만톤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KG동부제철(구 동부제철)의 2007년 전기로 열연 가동, 2010년 이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3고로 증설, 포스코의 용광로(고로) 용량 증대에 의한 생산능력 확충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강 최대 생산은 2018년 7246만톤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2019년 경기부진 및 철강수요 위축으로 7141만톤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6710만톤으로 크게 줄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전체 조강 생산량 중 전기로 비중은 2000년대에는 40%대에서 등락한 반면 2010년대에는 30%대로 감소했다. 가장 비중이 높았던 시점은 2007년 46.5%로 역시 KG동부제철의 연산 300만톤 열연용 전기로 가동이 주된 요인이었다. 이후 조강 생산량 증가는 용광로(고로)가 주도함에 따라 전기로 조강 생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고로 대비 전기로의 생산탄력성이 훨씬 높은 관계로 경기 상황에 따라 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변동 폭이 큰 반면 고로(전로)의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작았다.

특히 국내 열연용 전기로의 경우 고급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야 하는 관계로 생산원가가 고로(전로) 대비 훨씬 높음은 물론 원료 수급도 원활치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2014년말 KG동부제철의 열연 전기로가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2015년 전기로 조강은 전년 대비 약 300만톤이 감소했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정리 페로타임즈)

2019년 3월에는 포스코가 전기로 열연 생산설비인 CEM의 가동을 중단을 결정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현대제철 역시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2019년 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250만톤, 2020년에도 약 180만톤의 전기로 조강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기로 조강 생산량 비중은 2018년 33.4%에서 2019년에는 31.8%, 2020년에는 31.1%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주요 철강국 전기로 생산 비중)

세계 10대 철강 생산국 중 전기로 비중이 높은 국가는 이란, 미국, 터키 순이다.

2019년 기준으로 이란의 전기로 비중은 90.6%로 전체 조강 생산량 2560만톤 중 전기로가 2320만톤을 차지했다. 고로(전로)는 250만톤에 불과해 대부분을 전기로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로 비중은 69.7%로 2019년 전체 조강 생산량은 8780만톤으로 이중 고로(전로) 2660만톤, 전기로는 6120만톤을 기록했다. 터키는 전기로 비중이 68.0%로 전체 3370만톤 중 전기로가 2290만톤을 생산했다.

미국은 약 45억톤에 달하는 누계철강축적량을 근간으로 많은 철스크랩(고철) 발생량을 활용해 고철 수출은 물론 많은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과 터키는 투자비가 작은 전기로 위주의 신증설로 인해 전기로 조강 생산 비중이 높다. 터키의 경우 세계 최대 고철 수입국이기도 하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정리 페로타임즈)

반면 전기로 비중이 낮은 국가는 중국 10.4%, 브라질 22.4%, 일본 24.5% 순이다. 이들은 모두 고로(전로) 위주로 철강 생산능력을 확장해 왔다.

한국의 전기로 비중은 2019년 31.8%로 세계 전체 27.7%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탄소 감축 위한 전기로 투자 증가, 한국은 '역행')

탄소배출 제로화와 관련 세계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의 주요인인 용광로를 저탄소의 전기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치환(置換) 증설이 대표적이다. 2025년까지 현재 1억톤 수준인 전기로 조강 능력을 2배인 2억톤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전기로 증설 및 대체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 글로벌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2050년까지 전 세계 제철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한다는 ‘탄소중립화(Carbon Neutraliity)’ 선언까지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제철이 미국에서 아르셀로미탈과의 합작사에 전기로를 신설키로 했다. 일본제철은 그들의 중장기 전략에서 일본 내 생산은 합리화 등으로 구조 개편하는 동시에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을 키우겠다고 표명했다. 합리화 중의 큰 그림 하나가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 전환이다.

(자료 WSA, 한국철강협회, 정리 페로타임즈)

미국에서도 US스틸이 자회사인 빅리버스틸의 전기로 방식 열연강판 생산능력을 늘리고 자동차강판까지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기로체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0월 완전 인수한 빅리버스틸을 통해 전기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본격화 한 II-A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산 330만 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의 열연코일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며 이는 북미에서 가장 큰 전기로 기반의 압연공장이 된다. 이란, 사우디 등이 선도하고 있는 중동에서의 설비 증설 역시 전기로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열연강판 생산용 전기로를 중심으로 가동 중단, 폐쇄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 으로 전기로 증설, 용광로 대체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전기로 방식의 열연강판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도 2015년 하이밀로 변신하면서 전기로를 고로 용선으로 대체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동부제철도 열연용 미니밀을 폐쇄했다. 모두 비용 및 원가 절감을 위해 채산성이 낮은 설비의 가동중단이 이유였다.

관리 상태였던 동부는 차치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일본 유수의 철스크랩 연구소인 SRR(Steel Recycling Research)까지도 최근 보고서에서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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