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R분석①] 한국 전기로 산업 후퇴…일본 동남아로 수출전환
[SRR분석①] 한국 전기로 산업 후퇴…일본 동남아로 수출전환
  • 정하영
  • 승인 2020.10.26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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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수입 600만톤대…일본 최대 62% 400만톤
일본 수출, 한국 감소 동남아 최대 부상 원격지 수출 준비
환경 대응 유럽·미국·일본 전기로 건설 촉진, 한국만 반대로
한국 철강산업 3과제…높은 수출입 비율, 강재 소비 감소
전기로 조강 장기적 감소, 2030년 2170만톤, 2050년 1970만톤
조강 생산량 감소 불가피…생산능력 삭감과 구조개편 과제

(편집자주) 일본의 유력한 철스크랩(고철) 연구분석 전문기관 SRR(Steel Recycling Research)이 최근 한국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철스크랩 수입 현황과 자급화 전망’ 제하의 보고서는 한국의 철스크랩 사용량은 답보 상태지만 견고한 축적량 증가로 결국 자급화를 예상했다. 철강산업 현황과 철스크랩 수급 상황을 분석하여 자급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철스크랩 수입)

2019년 한국은 약 650만톤의 철스크랩(고철)을 수입했다. 199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 1013만톤으로 1천만톤을 넘기도 했지만 이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575만톤까지 줄어들기도 했지만 2016년 이후에는 600만톤 대를 유지하고 있다.

( 출처 = SRR, 한국 철스크랩 수입 현황과 자급화 전망 )
연도별 철스크랩 수입 추이 ( 출처 = SRR, 한국 철스크랩 수입 현황과 자급화 전망 )

일본의 점유율은 2019년 기준 62%(400만톤)로 최대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미국이 주 수입원이었으나 일본이 1990년대 중반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과거 20년간 추이를 보면 2000~2011년까지는 미국과 경쟁하는 구도였으나 2012년 이후는 일본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로트(小Lot) 단납기(短納期)가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산은 특히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운임 문제로 종전 40%였던 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에서 세관별로는 관동이 33%로 최대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북해도, 관서, 중부, 큐슈 등 전 지역에서 수출되고 있다. (2019년 베트남 등 동남아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프라, 집하 시스템 등 원격지 수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3위 공급원인 러시아는 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수출하는데 한국으로서는 근접지의 장점이 있지만 현지 철강사 존재, 자원 보호 등의 정책에 따라 수출량이 크게 좌우되곤 한다. 2004년에는 170만톤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70만톤에 그쳤다.
 

(철스크랩 수입과 전기로 생산량 ‘일치’)

한국 전기로의 조강 생산량과 철스크랩 수입 추이를 대비해보면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전기로들의 조강 생산에 수입 철스크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수입 원료 의존율(수입 철스크랩/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1990년대초 50%에서 서서히 감소하여 2015년 이후에는 25%로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반면에 국내 노폐 스크랩 사용 비중이 증가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전기로 조강 생산량의 증가는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이 전기로 열연코일 생산을 시작한 탓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로(용광로) 증설과 함께 전기로 방식의 열연코일 생산은 고로 방식으로 대체됨으로써 2020년 6월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한편 세계적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CO₂) 발생량 저감을 위한 전기로 건설을 촉진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국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보통강 전기로 시장은 건설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일본에서의 100만톤을 넘는 고급 스크랩(新斷) 수입은 포스코, 현대의 전기로 열연코일 생산 설비가 재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의 방향 – 3가지 과제)

◆ 높은 강재 수입 비율은 생산 압박 요인

한국의 2019년 강재 명목소비는 전년 대비 0.9% 감소한 5320만톤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0년 6월 세계철강협회(WSA)의 수요 단기전망(Short Range Outlook)에 따르면 2020년은 12.7% 감소한 4650만톤, 2021년은 전년비 5.9% 늘어난 4920만톤이 전망되고 있다.

2019년 강재 수출은 전년비 0.2% 감소한 2970만톤, 수입은 9.6% 증가한 1620만톤을 기록했다. 수입비율(강재 수입/강재 명목소비*100)은 30.5%로 일본의 9%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비율이 높아 생산을 압박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품목별로 보면 판재류는 순수출(수출-수입)이지만 강괴-반제품, 봉강, 선재에서 순수입이 계속되고 있어 전기로 조강이 증가하지 않는 요인으로 보인다.

강재 수입 1620만톤 중 1위는 중국이 51%, 2위 일본 32.5%로 2개국에서 83%로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다. 절반을 넘는 중국은 열연코일, 형강, 봉강 등 모든 제품에 걸쳐서, 특히 봉형강류의 수입이 건설용 내수를 잠식하고 있다.

◆ 높은 수출 의존율 : 리스크 높은 수요 구조

2017년 기준 철강 수요(강재 기준) 중 직접수출 3135만톤, 간접수출 2145만톤(WSA 통계)으로 수출합계 5280만톤이다. 조강으로 환산(제강 수율 96.3%)하면 5480만톤에 달한다. 조강 생산 7100만톤 중 수출용을 77.2%로 추정할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산출한 일본은 62%로 일본도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의 80%에 육박하는 비중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아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수요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 무역마찰, 코로나19로 직간접 수출 모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1인당 조강 명목소비 : 정점은 2008년

2018년의 1인당 조강 명목소비(WSA 통계)는 인당 1093㎏으로 일본의 560㎏의 거의 2배 수준이다.

과거의 추이를 보면 2008년에 1278㎏으로 정점을 이뤘으며 2010~2018년에는 평균 1140㎏을 유지했다. 조강 생산은 2009년 리먼 사태로 주춤했으나 현대제철의 고로 가동으로 2010년 이후에는 완만하게 증가해 2018년 종전 최고 수준인 7246만톤을 기록했다.

내수에서 인프라 정비는 어느 정도 종료되었고 산업 성숙화로 경박단소형 철강 수요 형태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1인당 철강 소비의 유지는 수출 효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2010년 이후 1인당 철강 소비 유지는 일본이 600㎏ 전후에서 움직였던 1993~2008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사례를 적용하면 다음의 540㎏으로 떨어지는 2단계 축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생산능력 삭감과 구조개편이 과제가 될 것이다.
 

(전기로 조강 생산의 전망)

◆ 인구 감소를 근거로 한 강재 내수

인구와 강재 내수의 성장 관계를 근간으로 2050년을 예상해봤다.

UN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인구는 5120만명, 2030년에는 5115만명, 2050년에는 4680만명을 예측하고 있다. 일본과 같이 고령화와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구와 강재수요(WSA 통계) 탄성치는 1990~2008년 8.08(인구 증가에 대해 약 8배)이지만 2010~2018년은 0.46(인구 증가의 약 절반 증가)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전제들을 감안하면 강재 수요는 2030년 4910만톤, 2050년 4185만톤으로 예상된다. 1인당으로는 2019년 1039㎏, 2030년 961㎏, 2050년 894㎏이 된다.

◆ 전기로 조강 생산량 예측, 2020년 100만톤 감소, 2050년 300만톤 감소

( 출처 = SRR, 한국 철스크랩 수입 현황과 자급화 전망 )
( 출처 = SRR, 한국 철스크랩 수입 현황과 자급화 전망 )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봉형강류의 내수 수요는 2019년말 3325만톤에서 2030년 140만톤, 2050년 440만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2030년의 전기로 조강 생산은 2019년보다 약 100만톤 감소한 2170만톤, 2050년은 300만톤 감소한 1970만톤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향후 중국의 봉형강류 시장 참가에 따라 감산 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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