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철스크랩 자급화 준비는 됐는가
[페로칼럼] 철스크랩 자급화 준비는 됐는가
  • 김종혁
  • 승인 2020.02.26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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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인도네시아 정부가 철스크랩(고철) 수입 규정을 재검토 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최근 고철 수입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철 원료를 폐기물 목록에서도 제외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운송 등의 필요한 인허가 수를 줄여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배경은 고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로 제강사들의 가동률 40%대에 머물러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받아들여졌다. 규제 완화로 해외 원료 조달을 확대하면 가동률은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고철 수입량은 현재 250만톤 규모에서 500만톤까지 2배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고철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대세로 읽히는 전기로 확산에 따라 원료로서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원료라는 고유의 강점은 감히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고철도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상황은 어떤가. GMR머트리얼즈 등 몇 개 고철 기업은 고철 수출로 해외 비즈니스를 과감히 추진했다. 결론은 사실상 실패였다. 막대한 자금, 인프라 등에 대한 부담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기로 제강사들의 견제가 결정적인 제약 요인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제강사들은 연간 600~700만톤의 고철을 수입한다. 고철 수출은 원료가 부족한 실정에서 국부유출 행위로 낙인찍히거나 제강사들에게는 괘씸죄로 통한다.

헌데 자급화 이후 남아도는 국내 고철은 제강사가 책임질 수 있는가.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협력사들 얘기다. 제강사에 목이 매여 있는 동안 국내 고철 기업은 사실상 자생력을 잃었다. 한순간에 자급화가 이뤄지면 당장 어디로 수출을 하며, 과연 물류 등 인프라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 때 가서 철강 외에 다른 분야의 기업이 나서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고철업계는 제강사가 아닌 또 다른 큰 손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고철은 워낙에 상품가치가 높고, 미래지향적 원료산업으로 매력이 높은데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가만히 놔둘 리 만무하다.

자급화는 일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의 경우가 그랬다. 일본 내 철근 등 수요는 감소국면으로 치닫고, 고철 축적량은 조금씩이나마 늘어났다. 특히 고철 수출은 자급화가 100% 되기도 한참 전인 80% 수준에서 시작됐다.

국내는 거의 80% 수준에 와 있다. 그런데도 전기로 제강사들은 600만톤이 넘는 고철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고철을 수출하는 업체에는 삐딱한 시선을 보낸다. 일본 고철이 내수 중심에서 무난히 수출로 전환된 데는 관동철원협회라는 구심점이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다.

일부 몇 개 기업이 수출을 주도하기엔 성공이 불투명하다. 제강사와의 협력 관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한국철강자원협회 혹은 또 다른 구심점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고철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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