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순태 회장, 5년내 철스크랩 자급 '대형화 구조조정' 대비해야
[인터뷰] 임순태 회장, 5년내 철스크랩 자급 '대형화 구조조정' 대비해야
  • 김종혁
  • 승인 2020.02.13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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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5년내 자급화 전환 대비해야
대형화 구조조정, 가공산업 제도개선 필수
근거리 유통체계 필요 산단입주 선결돼야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장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장

전문가를 만나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양서(良書)를 접한 이상의 강렬함이 있다.

전기로 제강업계, 특히 철스크랩(고철)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관록을 쌓은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 회장을 만났다.

임 회장은 1988년 강원산업(現 현대제철)에 입사했다. 현대제철이 고로 2기 체제를 완료한 2011년까지 23년간 건설공정관리, 물류를 비롯해 철스크랩분야에서는 검수, 관리, 구매 업무를 두루 맡았다. 그의 젊은 열정은 고성장 급변하는 현장 곳곳에, 또 그의 경험 속에 녹아들었다.

대기업 조직에서의 경험은 원료산업 현장으로 옮겨갔다.

철스크랩 시장의 속성과 시스템을 관통한 임 회장은 2012년 철스크랩 공급의 핵심을 담당하는 알테코의 업무를 총괄했다.

2013년 국내 최대 슈레더 업체인 경한 및 네비엔(現 에스네이처)에서 본부장, 대표이사까지 역임했다. 포항 영일만을 옆에 둔 한적한 커피숍에서 그와 마주했다. 기자와는 약 십 년 만의 만남이다.

임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철강자원협회 회장직을 맡아왔다. 뒤늦게 협회장직을 수락한 이유가 듣고 싶었다.

“철스크랩 업계에 대한 큰 바람보다는 방향성을 가져야 하다는 가치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협회는 현대제철 구좌업체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타 업체가 소외된다는 분위기와 일부 거부감도 있었습니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협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습니다.”

협회장을 맡은 지난 2년 동안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협회 회원사는 현대제철 구좌업체 중심에서 그 저변이 확대됐다. 회원사는 이전보다 2배 규모로 늘어났다.

▲ 한국철강자원협회 제10대 회장단 (2018.3~2021.2)

·명예회장 : 제9대 회장 박영동
·고 문 : 제3대 회장 박준구, 제5대 회장 김상철, 
          제7대 회장 이태호, 제8대 회장 정은영
·자문위원 : 김용희(경동철재), 강창규(대신철강),
               차금수(지앤에스메탈), 박영복(시화스크랩),
               김인진(광신스크랩), 임광순(동방자원)
·감 사 : 안병은(광덕철강), 김인형(오앤와이스틸)
·위 원 회 : 청장년, S/D, STS, 물류 및 장비/설비
              상벌(포상심의) 등
·회 장 : 임순태
·수석부회장 : 이근구(알앤비)
·직능부회장
- 대외협력 : 조태호(알테코), 박기언(경민철강)
- 정 책 : 권기호(대한강업), 김종용(신경남)
- 수 요 사 : 고지광(대광자원), 이재현(남경자원)
- 교육교류 : 이석원(한철자원), 장영재(에스피네이처)
- 회원사고충 : 김광택(부광자원), 국만호(에스피네이처)
·지역부회장
- 호남 : 오한식(신경남)
- 충청 : 윤칠선(부영자원)
- 대구경남 : 박영목(화신자원)
- 부산경남 : 손성익(경원스틸)

 

철스크랩 5년내 자급화 전환 대비해야

철스크랩 업계는 현재 체질변화, 세대전환을 위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변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1세대의 경우 철강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성공을 거뒀고, 그들만의 가치와 성공철학이 있습니다. 현재 차세대 경영인인 2,3세대와 더불어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획기적인 변화의 시점은 5년 내에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한국 철스크랩 산업의 자급률이 완성되는 지점이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화는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발생량 증가보다 제강사들의 소요량이 줄어들면서 4,5년 내에 자급도는 완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급화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과 선진화가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제강사들의 품질 요구 수준은 더 높아질 전망이며 현재의 유통 위주의 철스크랩 시장은 한계성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임 회장의 평가다.

“현재 중상들이 제강사에 직납하는 형태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공, 정제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업체들은 도태될 것입니다. 현재가 변화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화 구조조정, 가공산업 제도개선 필수

"철스크랩 가공산업에 대한 정부, 제강사들의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철스크랩 가공산업에 대한 정부, 제강사들의 정책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불확실성으로 규정된 현 시대에서 철스크랩 업계의 방향에 대한 기준은 확고했다.

“철스크랩 업체들의 대형화, 통합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철강사들의 구조조정, 체질변화의 추세와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법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합니다.”

무엇보다 친환경 원료인 철스크랩이 아직까지 폐기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는 현행법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설비를 통해 가공, 정제된 철스크랩을 선별 과정이 없는 유통 물량과 동일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공 및 정제 원료’에 대한 제도적 보완, 보호장치가 필요합니다.”

친환경 원료산업 발전을 위한 설비투자에 대한 매력, 이점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슈레더 업체의 경우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데 과거 ASR(폐자동 파쇄잔재물)은 시멘트 업체가 에너지원으로 수거해 갔지만, 현재는 폐기물 처리업체로 폐기처리하다보니 비용부담이 큰 실정입니다.”

각 공장, 생활, 철거 등 각각의 철스크랩 발생처에 대한 세밀한 관리도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철스크랩 가공업체들이 산업단지 입주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점, 철스크랩 업종 진입과 출입이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스크랩 가공산업에 대한 지원은 업체의 난립과 시장 가격 왜곡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제강사 철스크랩 업계 신뢰는 최대 과제

제강사 및 철스크랩 업계 간의 상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대표적으로 철스크랩 업계는 제강사로부터 수입 철스크랩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에 빠져있다. 제강사들은 꾸준한 물량 공급보다는 수익을 위해 물량을 잠그는 업계를 신뢰하지 못한다.

이 같은 오래된 불신관계 속에서 제강사들은 선행적 대량의 수입을 통해 국내 시장을 통제하려는 의지가 높다. 반대로 철스크랩 업계는 시세차익을 위해 재고를 쌓아 제강사들의 안정적인 재고운영에 발목을 잡는다.

임순태 회장은 “서로의 불신관계 속에서는 상생관계를 맺을 수도, 건강한 발전을 꾀하기도 어렵습니다. 제강사들은 대형화 등 철스크랩 업계 발전을 위해 정책,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을 왜곡하는 일부 중소형 유통상들은 대형화 등의 과정 속에서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고 말한다.

 

근거리 유통체계 필요 산단입주 선결돼야

대형화와 업계 간 신뢰를 근간으로 한 상생은 물류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재활용 업체들을 산업단지에 입주시키는 것은 물류 간소화에 필수적 요건으로 꼽았다. 산단입주는 산집법(공장설립 및 산업집적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는 허용돼 있지만 산업단지 관리공단/사무소에서 분양시에 후순위 혹은 기피하고 있어 사실상 입주가 제한되고 있다.

국내 철스크랩은 수도권과 영남권 사이에서 장거리 이동이 빈번하다. 이는 구매 출혈경쟁,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원인이 된다. 제강사들은 안정적인 재고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임 회장은 “대형화 및 유통단계의 축소는 철스크랩이 근거리에서 근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 제강사들도 물류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격 정책을 쓰고,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철강자원협회는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임순태 회장은 역대 회장들로부터 이어진 협회 및 업계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도전과 마주했다. 그의 경험과 가치관, 전문성은 철스크랩을 둘러싼 업계 공동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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