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승진은 능력의 산물일까
[남영준 칼럼] 승진은 능력의 산물일까
  • 남영준
  • 승인 2023.1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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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연말은 기업에서 인사 시즌이다. 누가 승진하고, 누가 보직을 새로 맡았다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승진에 들뜬 마음으로, 탈락에 좌절감으로 연말을 보낸다. 이런 일로 타의로, 자의로 직장을 떠나는 일이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강연에서 “성공 여부는 나에게 달렸다는 심리가 사회에 만연하다. 성공은 개인의 능력으로 이룬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세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저서에서 능력주의 사고는 성공을 스스로 노력해서 얻었고, 실패했다면 그것은 개인이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한다.

샌델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는 성공이 자신의 능력으로 이뤘다고 하는 오만이 조직에 필수적인 공동 연대감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됐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이유도, 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부하가 상사와 다른 의견을 내고, 자기 의견대로 일을 진행하려고 할 때 그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상사가 그 직원의 의견을 받아주고, 그 의견이 옳았음을 증명할 기회를 준다면 그 조직은 살아있는 조직이다. 반면 상사가 그 의견에 콧방귀를 뀌고 일방적으로 지시한다면 이는 오만에 찬 모습이다.

승진과 보상이 능력 위주로 이루어지면 회사에 중요한 전문 지식을 가진 특정 직원은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다 이직하거나 퇴직하면 전문 지식이 함께 사라지고, 후임자는 전문 지식을 배울 길을 잃는다.

많은 기업이 공유하는 문화가 강한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워크숍, 행사 등 이벤트로 그런 문화를 조성하려고 하나 대부분 실패한다. 이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 없이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업무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업무 프로세스란 공동의 작업공간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직원들이 오프라인으로 일하든, 온라인으로 일하든 이 공동 작업공간에서 모두의 전문 지식을 나누고 축적한다.

공동 작업 모습은 회의에서 잘 나타난다. 서로 간에 공동 작업을 통한 감정의 교류가 없다면 회의 참석자들은 자기 말만 하고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되면 회의는 점점 길어지고, 나중에는 상사의 지시로 끝나는 일방적인 회의가 된다.

회의를 공동 작업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하나가 회의록의 작성과 공개이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을 회의록으로 작성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모든 관계자에게 공개한다면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잘 이해한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토의 내용을 알 수 있어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동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회의 참석자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걸 보면 더욱더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대표적인 경기 변동 산업인 철강은 수급 상황으로 기업의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수요가 급감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가 없다. 반면 경기 상승기에는 조금만 노력해도 실적이 좋아진다. 실적이 개인의 능력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이번 승진에 탈락해도 낙심하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 우보천리(牛步千里) 마보십리(馬步十里)란 말이 있다. 소걸음은 느리기는 하지만 천천히 걸어 천리길을 가고, 말은 빠르지만 십리길에 지치고 만다는 뜻이다.

조직이 안 알아준다든지, 상사를 잘못 만났다는 푸념 대신에 회사의 가치를 위해 나 자신을 개발하자. 어차피 시간은 내 일생의 한 부분이고, 내 생애이다. 진정한 성공은 공동의 가치를 달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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