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애자일(Agile) 조직, 제대로 하자
[남영준 칼럼] 애자일(Agile) 조직, 제대로 하자
  • 남영준
  • 승인 2023.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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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기업들이 애자일(Agile) 조직으로 변하려 애쓰고 있다. 수직적이고 계층적인 직급 체계를 없애고, 수평 조직으로 만든다. 직위도 없애고 호칭을 간소화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경영진, 임원 수평 호칭 가이드’를 만들어 영문명 이니셜이나 이름에 ‘~님’자만 붙인다. SK 이노베이션은 임원 이하 모든 일반 직원을 PM으로 호칭한다. 애자일 조직이 되려면 수평적 조직 구조가 우선이다.

애자일 조직을 활발히 도입한 곳이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업종이다. 금융. 에너지 기업과 제조업에도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애자일 조직을 인력 감축이나 효율성 면으로 생각하면 실패한다. 최근 건설업계의 사고가 그런 방향으로 잘못 운영된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있다. 제조업에서 단순히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방식도 애자일과 거리가 있다.

애자일 조직을 왜 추구할까? 애자일(Agile)은 빠르고, 기민하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유래한 내용이다. 프로그램 개발은 전통적으로 폭포수(Waterfall) 방식으로 해왔다. 요구 분석을 하고, 이를 명세화한다. 설계(코딩)하고 테스트하여, 수요자에게 인계한다. 이렇게 단계를 하나하나 완결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한 단계마다 확실하게 검증하고 넘어간다. 폭포수처럼 다음 단계로 내려가지 거꾸로 올라가지 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다 보니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 애자일 방법이 도입되었다. 애자일 선언이 이루어졌는데, 그 내용은 도구보다 상호 작용을, 문서보다 실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문구보다 고객과 협력을, 계획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걸 중시한다.

대표적인 애자일 방법인 XP(익스트림 프로그래밍)는 핵심 가치가 용기, 존중, 의사소통, 피드백, 단순성 5가지이다. 변명하기보다 용기 있게 하기, 담당자의 역량을 존중하고 권한 부여,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활발한 의사소통, 의사소통에 따른 즉각적인 피드백, 필요한 것은 하되 반복하지 않는다는 5가지이다. 그리고 짧은 주기를 반복하며 결과를 신속히 내어놓는다.

왜 기업들은 애자일 조직에 적극적일까?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상 기후는 종전에 하던 대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강화된 안전과 환경 기준은 수직적 조직구조로 위험하다. 애자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이 애자일 조직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보면 말만 애자일이지 종전의 폭포수 모델과 같은 방식이다. 직급 체계를 줄여 단순화했지만, 담당자의 역량을 존중하거나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지시와 수행으로 이루어지며, 책임 회피를 위해 반드시 문서로 남긴다. 회의는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이 아니고 지시와 이를 받아 적는 문화이다.

애자일 조직은 수평적 문화와 전원이 권한과 책임이 있는 Whole Team 구조이다. 의사소통이 활발하며 진행 과정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항시 공유되어야 한다. 공유 플랫폼이 많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다. 짧은 주기로 반복하여 결과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 그 결과가 최상이 아니어도 실행하고, 평가하며 수정해 나간다.

전원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짧은 주기로 결과를 내놓으려면 모두의 역량이 중요하다. 팀원의 역량을 키우지는 않고 결과만 강요하면 소수에게 부담이 가고, 그들을 이직으로 내몬다.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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