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죄 없는 탄소만 뭇매를 맞고 있다
[남영준 칼럼] 죄 없는 탄소만 뭇매를 맞고 있다
  • 남영준
  • 승인 2024.03.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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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어둠이 내려앉은 밤, 탄소는 홀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구 온난화의 범인이라니... 나 같이 죄 없는 녀석이?”

탄소는 지구를 구성하는 15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긴 지구 역사 동안 늘어나지 않고 양이 일정하다. 탄소는 중요한 원소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 중량이 제일 많은(35%) 철(Fe)도 탄소가 없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다. 탄소가 들어가야 강철(steel)이 된다. 또 탄소는 우리 몸을 구성한 원소 중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18.5%)이다. 하지만 지금 온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는 처지이다.

“나는 순환하는 존재야!” 탄소는 억울함을 토해냈다. 사람이 호흡으로 내뱉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다시 생물권으로 돌아가고, 죽은 식물은 땅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었다. 수백만 년 동안 쌓였던 화석 연료를 마구마구 태우면서 탄소 순환시스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지구 인구는 220년 전인 1804년에 10억 명이었는데, 2023년에 80억 명을 돌파했다. 이 많은 인구가 먹고, 입고, 움직이고 살아야 하는데 무엇으로 버틸까. 긴 역사 동안 지구에 축적된 유기체의 잔존물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고 탄소 비율의 화석 연료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삼림은 탄소 순환의 핵심이야!” 탄소는 눈물을 흘렸다. 2020년 기준, 지구 육지 면적의 31%를 차지하는 삼림은 매일 축구장 30만 개 크기로 줄어들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증가하고, 이를 순환할 삼림은 감소하니 지구 온난화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이제 진범을 찾아야 한다!” 탄소는 결심했다. 탄소 순환을 깨뜨리는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이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렸던 탄소의 억울함을 풀어보자. 탄소가 아니라 산소 원자 2개와 연합해 탄생한 이산화탄소가 주범이고, 이 이산화탄소도 너무 많이 쏟아내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언론에서 요란하다. 모든 사람이 이제는 누가 이산화탄소를 많이 쏟아내느냐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인 요인으로 배출이 가장 많다. 화산 활동, 모든 생물체가 호흡하면서 내뱉는 양, 죽어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양이 제일 많다. 그러나 이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범인으로 몰 수가 없다.

다음이 인간 활동인데, 20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발전 분야에서 25.4%, 산업이 24.2%, 교통이 17.5%, 축산이 14.5% 비율이다. 점점 진범이 좁혀 들어간다. 발전 분야와 산업이 유력한 혐의자로 지목된다.

어린 자녀들이 서로 싸우면 부모들은 일단 제일 큰 맏이부터 야단을 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다고 한다. 발전 분야가 배출이 제일 많으니 이 분야가 집중 야단을 맞는다. 석탄과 석유 발전을 줄이고, 다른 에너지원인 원자력, 풍력, 태양열 등으로 대체하는 노력이 꾸준하다. 이 분야는 국가가 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배출량이 큰 산업 분야에 눈을 부라린다. 산업 분야는 제조업이 중심이며, 철강 분야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맏이인 철강이 뭇매를 맞는다.

“나는 범인이 아니야! 알고 보면 내가 얼마나 좋은데” 탄소는 원자핵과 6개의 전자로 이루어졌다. 전자 중 둘째 껍질에 4개가 있는데, 8개까지 채울 수 있어 끊임없이 근처 원자와 전자를 공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공유 결합으로 2000만 종 이상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사교성이 좋은 탄소가 에너지를 만들면서 산소와 결합해 나오는 이산화탄소. 너 좀 어떻게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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