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와 'US스틸'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와 'US스틸'
  • 나병철
  • 승인 2023.09.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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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미국 US스틸(US Steel)의 모태가 된 ‘카네기 스틸’은 철도 비즈니스에 종사하던 앤드류 카네기가 영국을 여행하면서 향후 철강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1873년에 철강 생산 비즈니스에 뛰어 들면서 태동하였다.

이후 앤드류 카네기는 한 가지 사업에 전 재산을 건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철강산업에 전력투구하였는데 앞으로 강철 수요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예상은 적중하여 몇 년 뒤부터 철도 레일, 선박, 고층 건물, 승강기, 교량 등에서의 강철 사용 범위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회사는 미국 철강 생산량의 1/4을 담당할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다.

그는 1892년에 ‘카네기 스틸’이라는 트러스트를 만들었는데, 당시 이 회사가 다른 철강회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최신 철강 기술 및 설비를 과감하게 도입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로서 동사는 당시 새로 개발된 베세머 제강법으로 저렴한 철강재를 대량 공급할 수 있었다.

1900년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미국에서는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간 사이에 대형 철강회사인 ‘카네기 스틸’을 매각/인수 하기 위한 세기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거래는 35세의 나이로 ‘카네기 스틸’의 사장을 맡고 있던 찰스 슈왑이 중재를 하였는데, 그는 존 피어폰트 모간의 요청에 따라서 앤드류 카네기가 어느 정도의 가격을 원하는지 알아보려고, 그를 골프장으로 초대하여 설득한 끝에 4억9200만달러 정도면 경영권을 양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렇게 ‘카네기 스틸’ 등 9개의 철강 트러스트의 통합을 통해서 자본금 14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철강회사가 2001년 2월 25일에 탄생하였는데, 그 회사가 바로 US Steel이다. US Steel은 이후에도 지속 성장하여 미국 내 철강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회사로 성장하여 미국 경제 및 산업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상당 기간 동안 미국 대표 철강회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1970~‘80년대 일본 철강산업의 성장, 1990년대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 2000년대 중국 철강산업의 급속 성장에 따른 경쟁력 하락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그 과정에서 오일 산업에 대한 경영 다각화 및 지속적인 철강부문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경영실적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결국 US Steel이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광석 회사로 시작해서 US Steel보다 철강 생산량이 많은 미국 내 철강회사인 ’클리브랜드 클립스(Cleveland-Cliffs)‘사가 7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에서 세계 2위 철강회사인 ArcelorMittal도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노조의 매각 동의, 주주총회 통과, 미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승인, 자동차 등 주요 철강수요업계의 부정적 반응 무마 등 US Steel의 매각 과정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성사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에 현재 인수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클리브랜드 클립스‘사가 US Steel에 대한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120년 이상 미국 철강산업을 대표해 왔던 US Steel의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끝나고 미국 철광석 매장량의 100% 보유, 자동차용 강판 생산량의 50% 이상 점유, 특히 전기강판 생산량의 100%를 담당하는 새로운 ’철강 거인‘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새로운 거인‘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같은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신화를 어떻게 창조해 낼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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