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고급 철강재의 대명사 ‘전기강판’ 투자 봇물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고급 철강재의 대명사 ‘전기강판’ 투자 봇물
  • 나병철
  • 승인 2024.02.26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부사장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각국 철강회사들이 전기강판 생산설비 능력 증강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1조원을 투자하여 광양제철소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설비를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전기강판은 모터와 변압기의 코어용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기능성 소재로서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철손(鐵損)이 적고 자속 밀도가 높은 제품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 동안 전기강판은 고급 철강재의 대명사이면서도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철강회사가 한정되어 있었고, 가격도 매우 높아서 제한된 철강 회사들만이 시장 내에서 경쟁을 벌여 왔지만, 이제 기존 철강회사들의 능력 증강과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의 등장으로 시장 내 경쟁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인도 JSW스틸과 일본 JFE스틸은 합작으로 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50 대 50의 비율로 인도 카르나타카주 벨라리(Bellary)에 합작사 ‘JSW-JFE전기강판(JSW JFE Electrical Steel Private Limited)’을 설립하고 총 6억63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생산설비를 건설, 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지의 방향성 전기강판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향후 생산능력을 지속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일본 JFE Steel은 전기자동차 구동 모터용 전기강판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이미 자국 내에서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설비의 능력을 3배로 늘리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2024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490억엔을 투자하여 고급 무방향성 전기 강판의 기존 생산능력을 2배로 확장 중인 가운데, 500억엔을 추가로 투자하여 Top Grade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설비를 추가 건설하여 2026년 중에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제철도 이미 2019년부터 추진 중이던 전기강판 품질 향상 및 생산능력 확장계획에 이어서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5배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 병행 추진 중에 있다. 전기강판 관련 프로젝트에는 총 2,130억엔을 투자할 예정인데, 2027년에는 공사가 완료되어서 전기강판 생산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한편 ArcelorMittal은 2022년부터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프랑스 북부의 Mardyck에 새로운 전기강판 생산시설을 건설하는데 3억 유로이상을 투자하고 있는데, 생산규모는 연산 20만톤으로서 산업용 모터 및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을 2024년부터 생산할 예정으로 있다.

이 밖에 미국 US Steel은 4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 증가를 겨냥한 연간 20만톤 규모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설비를 아칸소에 있는 Big River 제철소에 건설해서 2023년 말부터 전기강판 제품을 생산 중에 있다. 또한 중국의 안산강철은 2024년 말까지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톤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는데, 조만간 건설 중인 변압기용 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설비에 대한 시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국 Hunan Valin Iron & Steel도 2023년부터 연산 20만톤(방향성 10만톤, 무방향성 10만톤) 규모의 전기강판 설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최근에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이렇게 각국 철강회사들이 전기강판 생산 설비 신증설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향후 세계 전기자동차의 생산 증가와 풍력발전기 건설 확대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손실 방지 분야에 고급 전기강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기강판 수요 발생 이전까지는 동시다발적인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 내 마케팅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경쟁국 철강사 대비 비교 우위 확보를 위한 보다 가볍고 효율적인 전기강판의 개발을 지속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기강판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고 새로운 응용 분야가 개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로봇산업의 발달에 따른 모터나 구동 부품용 및 무선 전력전송 기술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 고급 전기강판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수요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