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철스크랩 1500만 톤 부족…인수합병 등 '원료전쟁' 대비해야
[이슈리포트] 철스크랩 1500만 톤 부족…인수합병 등 '원료전쟁' 대비해야
  • 김종혁
  • 승인 2024.03.25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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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수요 8.83억 톤 공급 8.68만 톤 예측
글로벌 철스크랩 사용 비중 35%→50% 확대
전기로 비중 29%→41% 고로도 사용량 늘려
세계 교역량 2030년 9300만 톤 ;800만 톤↓'
제철소 야드 직접 투자…품질 관리에 나서
철스크랩 업체간 인수합병 외형 확장 전략
정부차원 세제혜택 재활용 지원 촉진 필요

전세계 철스크랩 수요는 공급능력을 벗어날 만큼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이달 12일 'Shortfalls in Metal Will Challenge the Steel Industry'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2030년 전세계적으로 1500만 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 패러다임  전환 ▲고로에서 전기로 방식으로 무게이동 ▲미국 중국의 소비 최대 50% 급증 ▲글로벌 교역량 800만 톤 감소 ▲철강사와 철스크랩 공급사의 전략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전망을 내놨다. 

공급부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스크랩 수요는 향후 8년 동안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급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규모로 보면 수요는 2023년 8억8300만 톤, 공급은 8억6800만 톤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1년 대비 수요는 34.2%(2억2500만 톤)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은 30.1%(2억100만 톤) 증가한 수치다. 

 

탄소중립으로 중국 미국 소비량 40~50% 급증

탄소중립은 수요를 견인할 핵심 이슈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철스크랩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철스크랩은 전세계적으로 사용 비중이 현재 35%에서 2030년 50%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의 연간 사용량은 40~5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계 교역량은 약 15%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공급 부족량은 9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30년 1500만 톤의 공급 부족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측이다. 아직까지 연간 400만 톤 내외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튀르키예, 동남아 등 국가에서 공급 대란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수급 변화는 철강 제조업체와 철스크랩 공급업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필수요건으로 지목하면서 ▲지역별 철스크랩 불균형과 현재와 미래의 가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기술 실행 ▲국내에서 부족분을 보장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한 정책 입안자들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생산 패러다임 전환 '수급 불균형'

철스크랩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생산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전환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 철광석을 주원료로 하는 전통적인 고로 방식(BOF)는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EAF)로 전환되고 있다. 고로 업체 역시 철스크랩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2021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2030년까지 최대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경우 2035년까지 동등한 수준으로 올릴 방침이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신규 전기로가 잇달아 가동되고 있다. 전세계 전기로 비중은 전체 생산능력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에 이르면 41%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수급 상황은 등급별로 차이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파쇄 스크랩(슈래디드) 가용성은 산업장비,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제품에서 얼마나 많이 재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계 경제 둔화,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발생량은 감소했다. 신규로 발생하고 재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파쇄 스크랩은 15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전기로에 유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프라임 스크랩(통상 중량으로 분류)는 고품질 응용 분야에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고, 처리도 쉽다. 하지만 이 역시 제조업 생산이 크게 감소하거나 경제적 변동성이 있을 때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2030년까지 3000만 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라임 스크랩에 대한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로 부문에서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재활용 인프라 측면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수집 물류가 낙후돼 있고, 자원순환 공급망은 초기 단계다. 선별 장비, 재활용 공장에서 제철소로 옮기는 비용 등이 높기 떄문에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다. 
 

철스크랩 교역량 1억1천만 톤…2030년 9300만 톤으로 감소

전세계 철스크랩 교역량은 약 1억1000만 톤이다. 전체 공급량의 약 17%다. 튀르키예는 연간 2500만 톤 규모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 지역은 유럽, 미국이 주력이다. 하지만 미국은 프라임 스크랩이 부족한 상태로, 이를 캐다나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동일 등급을 한국, 동남아,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철스크랩 가용성은 10년 동안 높아질 전망이다. 자국내 소비가 증가하면서 각국은 수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 교역량은 9300만 톤으로 현재보다 8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30년까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50% 급감할 전망이다. 유럽은 4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국가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이를 대체할 선철, 직접환원철(DRI), 열교석철(HBI)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인도와 같은 고성장 시장에서 수급은 매우 취약하다. 이같은 국가에서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 한, 공급 지연에 따라 전기로 운영 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탈탄소 목표에는 위협이 될 전망이다. 
 

시장 붕괴에 대비해야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은 남아있다. 기업과 정부는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첫단계로 현재 가용성을 계산하고 장단기 예측, 모든 등급에 대한 공급 시장을 평가해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을 검토해야 한다다. ▲국내 수요-공급 균형 상태와 진화 ▲글로벌 수급 불균형의 격차 해소 방안 ▲글로벌 공급지역의 무역 제약 혹은 인센티브 등이다. 무엇보다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과 국내 철강산업 및 철스크랩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철스크랩 부족은 튀르키예에서 확실하게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고비용 공장은 정부 지원 없이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철강업체들은 철스크랩 조달, 품질, 응용의 최적화라는 3가지 차원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조달 측면에서 철강업체, 제철소가 직접 철스크랩 야드를 인수, 운영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이미 공급의 25~30%를 제철소가 소유한 야드에서 관리하고 있다. 유럽은 전기로 기반 제철소로 전환되면서 직접 관리 야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최근 독일의 알바인터내셔널(Alba International)로부터 재활용 시설을 잇달아 인수했다.

품질 관리도 제철소가 직접 나서고 있다. 인도의 타타스틸(Tata Steel)은 신규 전기로 공장 인근에 자동차 파쇄 장치(슈레더)를 개발하는데 투자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전기로사들은 제철소 내에 선별 및 테스트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재활용 업체가 공급한 철스크랩 품질을 관리한다는 목적이다. 

응용 최적화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포함한 첨단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철스크랩 구매를 평가하고, 원하는 철강 등급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의 가장 효율적인 혼합비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인수합병도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스크랩 가공 및 무역업체인 더리체부그Derichebourg Environment)는 룩셈부르크 소재의 GEH(Groupe Ecore Holding)를 인수했다. 규모를 늘리고 더 많은 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목적을 뒀다. 

정부 차원에서는 세금, 수수료 감면 등으로 철스크랩 재활용을 장려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신차 등록 수수료를 없애고, 개인과 기업이 폐차할 경우 도로세를 환급한다. 미국은 철스크랩 수집, 유통하기 위한 장비를 구입할 때 감가상각을 청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무역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60개에 이르는 국가에서 철스크랩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로, 고품질의 스크랩만 수입할 수 있다. 유럽은 향후 몇 년 안에 철스크랩 보호무역 규정을 시행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철스크랩 공급 부족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이해 관계자들은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현재 수립된 계획과 전략적 설계만이 모든 리스크를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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