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어느 날 당신이 벌레로 변한다면?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어느 날 당신이 벌레로 변한다면?
  • 김진혁
  • 승인 2023.10.05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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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유대계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1915년 월간지에 출간한 중편 소설 ‘변신’은 인간이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다는 소재를 토대로 실존과 부조리를 묘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의류회사 영업사원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는데 침대에서 흉측한 벌레(Cookroach)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면서도 그는 조금 더 자 보려 하지만, 등껍질을 침대에 대고 누운 상태로 불편해졌다. 그 와중에도 결근한 자신이 회사에서 해고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를 찾아온 회사의 지배인과 가족들은 거대한 벌레를 보고 모두 도망간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통곡하며 졸도까지 한다. 그레고르는 사람의 말은 알아듣지만, 그들은 벌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날 이후, 그레고르는 방에서 꼼짝도 않고 단조롭고 무료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여동생 그레테는 오빠의 모습을 혐오하면서도 방에 음식을 넣어주지만, 방 청소는 하지 않는다. 경제적 가장을 잃은 가족들, 날이 갈수록 생계가 어려워졌다. 유능했던 직장인이었지만 하루 만에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뀌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 가족들의 비참한 현실과 고독과 불안이 겹쳐 마침내 그레고르는 죽고 만다. 이제 집안의 골칫거리 아들, 벌레가 죽자, 남은 가족들은 슬픔대신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면에 웃음과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을 떠난다.

카프카는 직장인을 벌레로 변신시켜 그 지루하고 밑도 끝도 없는 ‘업무로부터의 해방, 온갖 굴레로부터의 자유,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의 도피,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묘사했다. 오늘날 직장인도 그레고르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직장인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파도 참고 출근해야 한다. 상사로부터 터무니없는 질책과 부하들의 빈정거림도 참아야 한다. 건강검진조차 차일피일 미루며 거짓 미소를 지으며 돈 벌기 위해서 하염없이 출근한다. 그러다가 어느 누군가는 그레고르와 같이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순간과 맞닥뜨린다. 모든 직장인은 개인의 자아 성찰, 자유로운 선택, 자존감, 사회적 소통, 경제적 대비 등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더욱더 낯선 상황과 새로운 사고를 소화하며 변화에 대처하는 통찰이 요구된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괴로워지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샤르트르의 말처럼, 태생적으로 타인의 판단을 통해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밀어내는 물질주의의 팽창은 감정적 상처를 낳는다. 무시, 외면, 비교의 감정적 상처에 허덕인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는 어떻게 얻게 되는가? 돈을 더 많이 소유하고, 진급을 빨리해야 하나, 이름을 더 알려야 하나? 현대인은 계속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불안해지리라는 환상에 허덕인다. 이미 욕망과 비교의식이라는 이름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주체를 잃은 탐욕은 더 많이 가질수록 더 완벽해지지 않고 그릇된 기대의 포로가 된다. 세월의 장단이 아닌 시간을 허비한 것이 문제이다. 적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적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붓다는 행복은 소유가 아닌 집착의 문제라고 한다. 가졌느냐 가지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집착하느냐 집착하지 않느냐이다. 즉 행복의 코드는 무소유가 아닌 무집착이다. 행복해지기 위한 제언으로 첫째,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글에서 “칭찬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둘째, 자신의 성품이나 업적에 대한 평가를 다른 사람의 말에 영향을 받지 말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셋째, 승진이나 칭찬에 목을 매지 말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전에 내가 나로서 먼저 당당히 서 있는지 판단하라. 넷째,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나라는 확신을 가져라. 타인의 잣대로 나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 다섯째, 돈의 노예가 아닌 예술작품 감상과 여행, 명상 등을 중시한다. 예술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모습을 창조해 낸다. 여행은 시야를 넓혀주고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이전의 고정관념을 부순다. 명상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킨다.

영국의 사회운동가 존 러스킨은 다른 이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이는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에 경외감을 갖는 사람이다. 정치 철학자 루소는 문명이 발달되지 않은 고대에는 서로 사랑하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자족적인 삶을 누렸지만,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오히려 격차와 차별,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것을 미스터리라고 한다.

철학자 알랭드 보통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으라. 사색하고 감사하며, 관습에 속박 받지 않고, 죽음을 생각하는 자유인이 될 수 없을까?” 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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