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강-철스크랩 업계의 상생협력은 필수
[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강-철스크랩 업계의 상생협력은 필수
  • 박봉규
  • 승인 2023.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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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2000년대 들어 경영 화두는 동반성장 상생협력 사회공헌 등 이타적인 구호들이 많았고, 필자도 기업에서 CSR추진팀장을 역임하면서 정부의 동반성장 프로그램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반성장이나 상생협력은 강자가 상대적인 약자에게 이윤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은 파이 자체를 키워서 그 기여도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합리적으로 나누어 모두 윈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철강업계의 밸류체인은 원료 공급 – 철강재 생산 – 강재 가공(1~n차) – 강재 소비 단계와 같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밸류체인 상에서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이 가능할까?

철스크랩은 국내 자급률이 80% 남짓인 공급이 부족한 자원이다. 더구나 규격품이 아니라 여러 사업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폐자원을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것으로 공급 탄력성도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철스크랩은 수요-공급 이외에도 시장 참가자의 보유 재고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수입품이 재고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여 국제 시세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기도 한다.

따라서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 제강사에서도 국내에서 조달한 국내 철스크랩 만이 이익에 기여한다고 보기가 어렵다.

2000년대 초반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세계적으로 ‘자원 대란’이 발생하며 각국은 자국의 자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였다. 우리나라도 철강업계 내부적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을 국내에서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수요-공급사와의 협의체 필요성이 제기되어 2005년도에 한국철강협회 내에 ‘철스크랩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게 되었다.

철스크랩위원회는 철스크랩의 KS 기준 정착,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 제도 도입, 철스크랩 전용 운반차량 등록제 도입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으나, “국내 철스크랩의 수급 안정, 거래기준 정착 및 품질 개선, 철스크랩의 가공산업화를 통한 처리기술 향상 등 당면과제를 공급자 및 수요자 간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하여 전기로 제강 및 철스크랩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태생적으로 수요 제강사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고, 게다가 최근에는 공정거래 관련 이슈 등으로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등 당초 설립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2050 탄소중립 실행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철강산업에서 단기적으로 탄소중립에 다가가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인 철스크랩 사용을 확대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전기로 증설과 철스크랩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철스크랩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철스크랩의 국내 자급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철스크랩 공급업계와 수요 제강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철스크랩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과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유명무실한 것으로 평가받던 철스크랩위원회를 해체하는 대신 2021년 10월부터 정부와 양 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철스크랩 산업경쟁력 강화 포럼’의 기능을 살려서 ‘상생포럼’을 발족하고,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철강자원협회가 공동으로 사무국 기능을 분담하며 공평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하기로 한 것은 철스크랩의 수요업계-공급업계간의 상생협력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생포럼’은 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철스크랩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 연구’를 통해 제안된 정책 과제를 바탕으로 철스크랩 관련 규제 및 제도 정비 지원, 철스크랩의 활용도 및 품질 향상, 철스크랩 수급 통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철스크랩 공급망 역량 강화 등 철스크랩 산업화 기반 조성, 철스크랩 공급 및 수요업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부와 업계간 소통 채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체인 상의 양 업계가 상생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 업계가 서로를 존중하고 공정한 소통과 이해가 바탕이 전제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요 제강사는 공급사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하고, 공급사는 철스크랩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선별과 분류를 철저히 하고, 이물질 제거 및 저급품의 정제 및 가공을 통하여 품질을 고급화하는 등 품질 관리와 유통 및 가공 체계를 재정비하여야 한다. 양 업계는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기회를 더 이상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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