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 산업 생태계의 상생
[박봉규의 고철이야기] 철스크랩 산업 생태계의 상생
  • 박봉규
  • 승인 2023.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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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 (전 현대제철 부장, 피제이로직스 대표)

철스크랩은 일반적으로 발생처에서 소상·중상들의 수집과정을 거쳐 분류 및 정제 또는 가공 후 수요사에 납품권을 가진 대상(일명, 구좌업체)의 고품질화 과정을 통하여 최종 소비자인 전기로 제강사에 납품되는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2022년 기준 국내 철스크랩 수급 상황을 보면, 국내 총수요는 약 2,700만톤으로서 국내 공급사로부터 구입량은 1,700만톤, 해외로부터 수입량은 500만톤이며, 철강사 내부에서 회수하여 재활용한 양도 500만톤에 달한다. 이와 같이 국내 수요량의 60% 이상을 국내 공급사로부터 구입하고, 약 20% 정도를 일본, 미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철스크랩은 국내 공급이 부족한 원자재이지만, 일반적인 상거래와 달리 과거로부터 가격이나 납품 시기 등은 수요사가 결정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이는 과거 수요 제강사가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지원, 납품량 보장 등으로 영세한 납품상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지원해오던 관행이 굳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이 정책적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300만톤(CO₂ Eq)이며 그중 철강산업에서 1억1,700만톤을 배출하여 19.2%로서 발전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산업에서는 제철소의 코크스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CO₂가 발생하는데, 철강업계에서 가장 확실한 CO₂ 감축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환원제철법’을 조기에 상용화하기 위하여 연구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고 성공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쇳물 생산 시 철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전기로 공법이 철광석을 사용하는 고로-전로 공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75% 정도 감축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철강 제조기술에서 CO₂ 배출을 대폭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철스크랩 사용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철스크랩이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실행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철강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철스크랩산업은 그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현재 산업생태계는 매우 취약하며, 업계의 매출액 대비 수익률은 1%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먼저 정부 정책 측면을 살펴보면 철스크랩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전기로 제강산업의 원자재 공급자로서만 인식하고 있어 별도의 지원정책이 없다. 그나마 2016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설비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로는 원료 확보, 즉 고급 철스크랩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철스크랩 유통·가공 체계 개선과 대체원료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나 정책실행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러나 2021년 10월부터 ‘2050 탄소중립’ 정책실행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를 비롯하여 전기로를 운영하는 제강사, 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 등이 한국철강자원협회와 함께 철스크랩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철자원 산업경쟁력 강화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강화 포럼은 ‘철스크랩 가공 산업화’를 목표로 설비투자에 따르는 금융 및 세제 지원, 가공 전문 업체 지정 및 육성 등을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어 철스크랩 업계는 큰 기대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산업 생태계의 상생은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철스크랩의 공급자와 수요자, 즉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급사는 철스크랩의 선별 및 분류를 철저히 하여 저급 철스크랩을 정제 및 가공하여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유통체계를 개선하여 품질·납기·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어 철강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수요 제강사는 향후 고급 철스크랩의 국내 공급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선별·분류·정제·가공 과정을 거친 철스크랩에 대하여는 품질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조달체계를 유지하여 공급사가 사업의 안정성 및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철스크랩 업계 내부에서도 업체 간 지나친 경쟁보다는 시장에서 공존·공생하는 환경조성과 개별업체의 관리능력을 제고하여 산업의 성숙도를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한국철강자원협회를 중심으로 소통과 공감, 그리고 참여의 정신으로 철스크랩 업계의 생태계를 개선해 나가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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