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건설 부문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남영준 칼럼] 건설 부문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 남영준
  • 승인 2023.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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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건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지난 5월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4월말 기준 미분양주택이 7만1365호이며, 이중 준공 후 미분양이 8716호이다. 올 4월말 기준 누계 주택 인허가가 전년 동기 대비 23.3% 감소했으며, 누계 주택착공도 전년 동기 대비 43.2% 감소했다. 건축업계는 수주 감소뿐만 아니라 미분양과 사업지연으로 인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2022년 10월부터 전년 대비 하락한 건설수주의 영향을 받고 있다. 건설사들이 철강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온데간데없고, 재고를 안 가지려 한다. 여기에다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원가상승이 덮치고 있다. 5월에 전기료가 조금 올랐는데도 철강사들의 연간 부담은 억 단위가 넘는다. 전기료 인상이 본격 적용되면 수백억 단위로 올라간다. 철강업계는 올 하반기를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3월 본 신문 칼럼에서 건설 부진을 헤쳐 나가는 지혜로 캐시플로우와 안정적인 경영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제품가격에 전가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수요 환경이 변했다. 게다가 국내 철강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에너지 가격이 안정적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로부터 낮은 가격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 전년보다 산업용 전력 단가가 더 떨어졌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동향이 심상찮다.

판매 전망은 어둡고, 원가는 상승하고, 유통업계의 자금 사정은 취약하고, 중국에서 수입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환경이다. 철강업은 늘 부침을 겪어 온 산업이다. 몇 년간 좋았으면 그 후 몇 년간은 어려움이 온다. 지금은 어려움이 오는 변곡점이다.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필요한 건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사업, 매출보다 점유율, 확대 지향보다 축소 가능성,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 이익보다 현금흐름이다. 이 5가지를 잘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 철강은 불황기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불황기 바닥을 지나고서 투자이다. 내려가기 시작할 때는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 기존 사업에 충실해야 한다.

매출을 확대하려고 무리수를 두기보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함으로써 점유율을 굳건히 하는 게 중요하다. 또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려고 애쓰기보다 가동률이 낮아지더라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하다. 기존 고객으로부터 수주가 줄어들면 신규 고객을 개발하려고 한다. 신규 고객은 실제 누군가의 고객이며 가격을 낮추어서 빼앗아야 한다.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현금흐름이다. 이익과 현금흐름을 다 잡을 수 있으면 최상이지만, 안되면 현금흐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론상 이해되지만, 실제 경영에서 적용이 쉽지 않다. 적자가 계속되면 불안해지고, 금융권에서 보는 눈도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이익을 내려고 애쓴다. 이익이 나는데도 돈이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익이 나는데 어떻게 돈이 없을까. 장부상 이익이 날 수 있지만, 돈이 어디에 잠겨있다. 재고로, 미수 채권으로.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지고, 매년 100억대의 흑자를 내는 한 회사가 있었다. 주 납품처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91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되었다. 다들 의아했지만, 나중에 분석한 결과 과다한 재고 자산 보유로 현금흐름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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