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무량판(無梁板) 구조 아파트와 철근
[남영준 칼럼] 무량판(無梁板) 구조 아파트와 철근
  • 남영준
  • 승인 2023.08.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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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무량판으로 건설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무량판(無梁板)이란 이름 그대로 대들보가 없는 건축 방식이다. 무량판 구조의 특징은 거푸집 제작이 간편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천정에 튀어나온 대들보가 없어 층고(層高)를 줄일 수 있어, 동일 건물 높이에 몇 개 층이 더 들어간다. 현재 내력벽식 아파트는 입주자의 선호에 따른 구조 변경이 어렵지만, 무량판 구조는 내부공간의 개조가 자유스럽다. 또 지하에 주차장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무량판 구조는 이런 장점이 있으나, 천정인 슬래브와 기둥의 접합부가 취약하다. 천정을 받치는 대들보가 없으니 힘이 기둥과 연결된 주변 슬래브에 집중된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단(Punching Shear) 보강재를 사용하고 있다. 전단력은 물체를 끊어지게 하는 힘을 말한다.

전단 보강재 방식은 철근이나 다른 강재로 기둥 접합부 슬래브를 보강하여 구조물의 전단응력을 높인다. 그런데 철근을 사용하여 전단 보강을 하면 슬래브의 하부철근과 상부철근을 감싸는 스트럽 작업을 해야 하므로 작업속도가 저하되고, 작업 피로도가 올라가 현장에서 피하는 현상이 있다. 공기 단축이 강조되면 대충하기도 한다.

또 받치는 대들보가 없으므로 슬래브 두께가 기존 방식 대비 두꺼워야 한다. 층간 소음 문제로 슬래브 두께는 국토교통부 고시로 벽식 구조인 경우 210mm, 무량판 구조인 경우 180m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음이 벽을 따라 전달되므로 벽식 구조를 더 두껍게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바닥 구조를 보면 벽이 천정을 받치는 형태이면 벽식 구조이고, 기둥이 있고 천정에 대들보가 있으면 라멘식 구조, 대들보가 없이 기둥만 있으면 무량판 구조이다. 바닥의 소음은 벽이나 기둥을 따라 전달되므로 벽식 구조가 제일 소음이 크고, 다음이 무량판, 라멘식 구조 순이다. 소음을 줄여주고, 방 배치도 자유스럽고, 천정이 넓은 감을 주는 무량판 구조를 최근 건축업계는 선호하고 있다. 라멘식 구조는 고급형 주상복합아파트에 사용한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무량판 구조에서 슬래브 두께를 300mm 정도로 하여 층간 소음을 잡는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를 보면, 슬래브 두께는 법정 기준으로 하면서, 여기에 전단 보강재가 빠졌다. 2004년에 입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아이파크 삼성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이다. 2013년 25층에 헬기 추락 사고가 일어나 외벽이 일부 무너졌지만, 건물 구조는 아무 이상이 없다. 제대로 지으면 문제가 없다.

최근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서 문제가 나타난 건 무량판 구조를 잘 몰라서가 아니다. 무량판 구조 방식이 시작된 건 몇 년 전이 아니고, 2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잘 모르는 내용이나 새로운 게 아니다. 기둥 주변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은 전문 지식이 아니라 상식이다. 그러므로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설계부터 감리까지 이런 상식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간여한 게 아닌가 한다.

철근값이 치솟아서 빼먹은 게 아니라 기둥 주변에 슬래브를 보강하는 전단 보강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문제이다. 전단 보강재는 꼭 철근만으로 하지 않는다. 공법이 간편한 보강재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그런데 왜 전단 보강재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몰랐거나, 무시했거나, 공기 단축이 우선시 되었는지 모른다. 무량판 아파트는 구조 문제가 아니고, 철근도 원흉이 아니다. 제대로 하지 않은 그 어느 곳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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