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지브 굽타의 리버티스틸과 인도 철강 4인방
[사설] 산지브 굽타의 리버티스틸과 인도 철강 4인방
  • 정하영
  • 승인 2022.1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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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스틸 산지브 굽타 회장 (출처 리버티스틸)
리버티스틸 산지브 굽타 회장 (출처 리버티스틸)

국내 철강업계의 애물이자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였던 KG스틸의 전기로-열연설비 문제가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 지난 5월 리버티스틸의 실사 이후 결론이 예상밖으로 길어졌고 특히 국내에서 가동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리버티스틸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그린실캐피탈의 지난해 3월 파산 이후 재무적 불확실성이 존재했고 특히 국내 가동의 경우 제품 공급과잉, 특히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월 15일 주채권자인 크레디트스위스와 채무재조정 협상이 긍정적으로 전환한 직후인 지난 25일 리버티스틸그룹의 자회사인 루마니아의 리버티갈라티와 KG스틸은 전기로 설비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논란의 쟁점이었던 설비도 루마니아 갈라티제철소로 이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G스틸 전기로 문제 해결과 함께 이번 과정에서 우리는 리버티스틸, 그리고 인도 철강산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충분함을 확인했다.

인도 철강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속에서도 꾸준한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 정부는 최근 2030년 3억톤 생산능력 확충이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확인하면서 2047년 5억톤 확장을 목표로 발표했다.

향후 세계 철강수요 및 생산 증가를 주도할 새로운 시장으로서 인도의 중요성이 꾸준히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일이다.

한편 리버티스틸그룹은 1972년 인도 펀잡주 실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산지브 굽타 회장이 20세 때인 1992년 캠브리지대학 시절 창업한 무역회사 ‘Liberty House’가 모체다. 2005년부터 철강과 비철금속 중심으로 무역업을 전개하다 2013년 영국 Mir Steel을 인수하면서 철강 제조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저탄소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인 ‘Green Steel’ 전략 하에 선진국과 인도의 부실 철강사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면서 새로운 글로벌 철강 강자로 부상했다. 현재 모사인 GFG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리버티스틸그룹의 철강 생산능력은 압연 기준 1800만톤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재무안정을 전제로 리버티스틸그룹의 인수합병에 의한 확장은 계속될 것이며 그들의 1차 목표인 4천만톤 이상, 세계 5위 철강사 도약이 가능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철강산업의 글로벌 측면에서 인도 철강사들은 중심에 서있다. 타타스틸로부터 아르셀로미탈, 진달스틸, 그리고 리버티스틸로 이어지는 인도 철강 4인방의 세계 철강시장에서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세계 철강시장에서 M&A를 통한 구조조정과 개편의 주체가 바로 인도 철강인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대인, 중국인, 아랍인과 함께 세계 4대 상인이라 불리는 인도의 상인공동체는 인도의 독립과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별로 성장했다. 이들은 무역업을 통해 기반을 닦고 각종 자본을 인수해 대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타타그룹의 파르시(Parsi), 아르셀로미탈, 진달그룹의 마르와리(Marwari) 상인공동체다. 산지브 굽타의 리버티스틸은 또 다른 상인공동체인 펀잡주의 펀자비(Punjabis) 상인공동체에 속한다.

인도 상인공동체의 ‘기업가 정신’, 특히 '주가드(Jugaad,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신속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 정신으로 대표되는 인도인의 경영방식이 바탕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소소한 기술을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혁신을 추진하는 ‘검소한 혁신’을 통해 인도 경영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철강 부문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인도 철강시장 진출과 인도와의 글로벌 경쟁에서 인도 정치경제산업, 문화에 대한 특성과 함께 인도상인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더불어 최근까지 세계 20여개국에 철강기지를 구축 중인 중국의 인도 진출은 지정학적 이유로 용이치 않다는 점, 반대로 일본의 일본제철이 아르셀로미탈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들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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