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냄비 속 개구리’가 될 것인가?
[칼럼] ‘냄비 속 개구리’가 될 것인가?
  • 정하영
  • 승인 2023.0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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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WSA, SRR 정리)

2021년 세계 전체 조강 생산량은 19억5050만톤, 전기로강은 5억6370만톤으로 28.9%를 차지했다. 1990년에는 7억7천만톤 중 2억1175만톤으로 27.5%였다. 31년 동안 전기로도 늘어났지만 고로-전로가 조강 생산 증가를 주도했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은 크게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탄소중립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소환원제철법과 같은 획기적 감축 공법의 실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 그리고 그린(Green) 수소와 전력 등 인프라 구축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등 수요업계에서는 이미 저탄소 강재 공급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Steel Zero와 같은 업계 단체가 만들어지면서 탄소중립 강재 사용을 천명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지역적으로도 저탄소, 무탄소 강재에 대한 요구와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EU 의회는 지난 12월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에 합의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간 해당 기업은 탄소배출량의 신고의무를 거쳐 2026년 10월부터는 정식 시행에 들어가 생산과정에서 기준을 초과한 탄소배출량에 대해 탄소세를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등 여타 국가들도 비슷한 규제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업계가 새로운 무역장벽, 생산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이 필수가 되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의 일본제철과 고베제강은 무탄소/저탄소 강재인 ‘NSCarbolex Neutral’과 ‘Kobenable Steel’을 ‘매스 균형방식(회사가 감축한 CO₂ 배출총량을 임의 철강재에 할당)’으로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고로-전로 대비 탄소배출량이 1/4에 불과한 전기로 신증설과 고로 대체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 철강사들은 대대적으로 전기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이에 사용하는 철스크랩(고철) 확보에 대한 물밑작업 역시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국가적 철스크랩 자원화 시스템 구축이 가장 눈에 띄며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업계의 M&A와 야드 및 설비 확보, AI시스템 도입이 활발하다. 또한 철스크랩을 대체할 수 있는 철원인 직접환원철(DRI, HBI)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이렇듯 철강산업에서 탄소감축이 화두가 되면서 관련 기술 개발, 투자, 지원, 제도 정비 등 여러 분야에서 각국 정부와 철강업계의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의 대응은 너무 여유로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냄비 속 개구리’가 될 것인가?

세계 철원 소비량 및 철스크랩 사용량  (출처 독일통계국, WSA)
세계 철원 소비량 및 철스크랩 사용량 (출처 독일통계국, W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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