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중국의 철스크랩 산업화가 부럽다
[칼럼] 일본‧중국의 철스크랩 산업화가 부럽다
  • 정하영
  • 승인 2023.02.10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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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의 치요다강철공업이 9일부터 철스크랩(고철) AI검수를 전면적으로 확대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시험 적용에 이어 전면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본격적인 철스크랩 AI검수 시대를 열게 됐다.

특기할 점은 치요다가 도입한 AI검수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중국 후난성 소재 라몬(Ramon)사 제품이다. 라몬사는 이미 중국 내 고로, 전기로업체 100여개 사업장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시켰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철스크랩 산업화의 후발 주자인 중국에서 철스크랩 AI검수가 이미 본격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일본의 철스크랩 AI검수는 일본철강연맹과 보통강전기로공업회, 일본철원협회 등을 통한 업계 차원에서, 또 동경제철, 야마토공업, 아사히공업 등 개별 업체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들이 적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동경대학 스타트업 기업인 에버스틸 제품이다.

에버스틸 AI검수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아사히공업 사이타마공장에서의 현장 검증을 통해 판정 정확도 88%를 기록했으며 정확도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적극 진행되고 있다. 야마토공업은 지난해 6월부터 에버스틸의 시스템 적용 및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경제철이 12월 중순부터 우츠노미야공장에서 실제 적용을 시작해 최근 등급 판정 정확도가 검수원에 의한 평균치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철스크랩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서는 특성상 품위 편차가 크기 때문에 검수를 통한 효율적인 선별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현장 숙련공에 의해 검품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이들의 고령화, 인력 부족이 현저해져 대책이 시급하다. 그 해답이 바로 AI검수 시스템이다.

일본의 철스크랩 재활용 촉진을 위한 노력은 전체 업계 차원에서 실질적이고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검수 시스템이며 최근 슈레더를 활용해 중저급 스크랩의 고품질화를 위한 노력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철강연맹 역시 적극 나서 철스크랩 재활용 촉진을 위한 각종 제도 및 실질적 관련 연구 및 적용을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철스크랩 산업화 및 효율화 속도는 엄청 빠르다. 2021년 기준 발생량은 2억6천만톤을 넘어섰다. 650여개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참여한 폐강철응용협회(CAMU)를 중심으로 철스크랩의 효율적 확보와 사용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사용업체들이 AI검수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철스크랩 스마트공장은 물론 AI 수송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적인 철스크랩 가공유통 시스템을 적용한, 공업정보화부의 ‘철스크랩 가공업 참여 기준 조건’을 충족한 허가업체가 무려 2021년말 현재 584개이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철강 누적축적량은 이미 100억톤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발생 및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 3~5년 이내 중국 내 철스크랩 자원의 공급과 수요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철스크랩의 산업화 달성은 중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또 다시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향후 철원 확보 및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철스크랩의 중요성은 이미 충분히 인식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철스크랩의 산업화와 효율성 제고에 매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준비와 실행은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폐기물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철스크랩 분류기준 수정, 생태계 강화 방안을 도출하는데 매달려 있다. AI검수와 같이 철스크랩의 산업화와 효율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을 서둘러야 할 때다.

에버스틸 시스템이 적용된 아사히공업 사이타마공장 AI검수 현장  (출처 에버스틸 홈페이지)
에버스틸 시스템이 적용된 아사히공업 사이타마공장 AI검수 현장 (출처 에버스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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