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시민과 플랫폼 사업자, 벌꿀과 양봉업자
[남영준 칼럼] 시민과 플랫폼 사업자, 벌꿀과 양봉업자
  • 남영준
  • 승인 2022.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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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벌꿀은 아름다운 꽃을 찾아가 열심히 꿀을 모은다. 시민들은 유튜브, 페북, 인스타 등을 즐기면서 자취를 남기고, 콘텐츠를 올린다. 열심히 한다. 양봉업자는 꿀벌이 모은 꿀을 조금만 남기고, 다 가져간다. 유튜브, 페북,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를 열심히 보고, 만드는 시민 즉, 문화 노동자에게 부스러기를 조금 던져주고, 다 무료로 가져간다. 부스러기는 일부의 크리에이터가 차지한다. 크리에이터도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상위가 대부분 차지한다.

양봉업자는 양질의 꿀을 생산하기 위해 벌통을 좋은 꽃으로 옮긴다. 그리고 벌들을 그 꽃으로 유도한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예측하고 노출하여 더 자주 보도록 한다. 이용하는 사람은 선호와 편견이 굳어져 간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보수화되어간다. 내가 주장하고, 좋아하는 걸 더 집착하며 다른 것은 받아드리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미하는 보수는 정치에서 말하는 진보, 보수가 아니다. 자기가 믿고, 좋아하는 것을 바꾸지 않고, 더 집착한다는 뜻이다.

플랫폼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 빅데이터이다. 사람이 플랫폼 안에서 남기는 모든 활동이 빅데이터로 남는다. 그 데이터는 분석되어 플랫폼 사업자의 수단이 되며 사유화된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문화는 가짜뉴스의 범람을 일으킨다. 진실과 가짜를 구분하기보다 빅데이터를 더 생산하기 위해 콘텐츠가 자극적이고 포퓰리즘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진실을 판별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성공한 저변에는 구글의 알고리즘이 있다. 알고리즘을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유튜브는 검색어, 종류, 빈도, 시간 등 여러 요소를 영상을 볼 때마다 수집한다. 나의 활동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그리고 수집한 빅데이터를 알고리즘과 연계해서 추천 콘텐츠를 제시한다. 다른 플랫폼도 마찬가지이다. 플랫폼의 소비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더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전혀 다른 취향이나 다른 분야의 변화를 알기 어려워진다. 바쁜 세상에 굳이 다른 분야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정치 유튜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반대 성향의 유튜브는 접촉하기도 어렵지만, 접해도 피해 버린다. 점점 극단으로 모인다. 중간이 설 자리가 없다.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높다고 한다. 2021년 한국의 문맹률은 4.5%로 낮지만, 실질 문맹률은 20%가 넘는다. 실질 문맹률에 대해 OECD는 “일상적인 활동이나 가정, 일터 및 지역사회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데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나 지도를 보더라도 파악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독서율이 낮고 영상 위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해력이 낮아진다. 한국 성인의 52%는 1년 동안 책 한권도 읽지 않는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서 밝혔다. 영상도 깊게 생각하는 콘텐츠는 인기가 없고 즉흥적으로 이해되어야 선호한다.

지금은 플랫폼 시대이다. 매일 접하는 뉴스도 정보도, 영상도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을 본다.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플랫폼이 만들어 놓은 교묘한 알고리즘에 이끌린다. 그렇게 해서 내 판단과 주장이 형성된다. 아니 만들어진다. 플랫폼이 만든 알고리즘에 매몰되지 말자.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청과 검색 기록을 삭제하여 편견 없는 콘텐츠를 보자. 일부러 반대 성향도 보자. 그래야 알고리즘에 매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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