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재고 부담은 누가? 전자상거래와 유통
[남영준 칼럼] 재고 부담은 누가? 전자상거래와 유통
  • 남영준
  • 승인 2022.07.13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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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보수적인 철강업계에 전자상거래 도입이 활발하다. 그동안 대리점으로 대표되는 중간 유통업계가 재고완충 역할을 해왔다. 철강은 가동률이 경직적이라 경기하강 시에 대리점이 재고 부담을 나누어 가졌다. 철강업계는 스틸서비스센터(SSC)를 확대하면서 유통업계에 가공기능을 추가하였지만, 경기하강 시에 재고부담은 여전하다.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 기존 유통점과 겹치는 문제, 경기하락 시에 철강업체의 재고부담이 과중해지는 문제가 예상된다. 온라인거래의 특성상 소비자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좋고 가격이 상승하면 먼저 사서 재고로 가져가려 하겠지만…

온라인 거래의 표준이 되어버린 아마존과 쿠팡을 보자. 아마존은 직매입 유통과 마켓플레이스로 나뉜다. 직매입은 아마존이 직접 매입해서 배송한다. 이는 빠른 배송을 생명으로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도 직매입이다. 직매입은 빠른 배송이 장점이지만, 자칫하면 재고가 남는다. 쿠팡의 물류센터는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 32개, 캠프가 140개로 58만평(축구장 263개) 규모이다. 여기에 1조를 투자해서 21만평을 추가하려고 한다. 현재 있는 물류센터 중 하나가 안 팔리는 재고를 보관하는 곳이라고 한다. 직매입은 재고 부담이 많다. 그래서 아마존과 쿠팡도 마켓플레이스(한국에서는 오픈마켓)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오픈마켓은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고 판매 수수료를 받을 뿐이다.

철강의 전자상거래도 오픈마켓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단순히 자사만 파는 게 아니라 다른 판매자도 팔 수 있게 해서 상권 침해를 피하려는 모양이다. 오픈마켓의 특징은 가격이 공개적으로 비교되는 점이다. 아마존은 처음에 오픈마켓을 자사 직매입 제품을 제외하고, 정찰제 판매가격으로 시작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철강업계의 오픈마켓도 자사의 주력 제품을 제외한 일반 품목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이 실패한 사유가 내부의 극심한 반발에 직매입을 제외하다 보니 수요자의 관심이 없어 실패했다. 이후 정찰제로 하면서 품목을 확대했지만, 판매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철강업계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제품을 확대하면서 가격유지를 위해 정찰제를 고수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그러면 판매자가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이에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고 가격경쟁을 하도록 했다. 내부에서 수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오픈마켓이 자리 잡는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가격을 낮추어 수주를 받은 후 배달이 늦어지거나 품질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시스템 보완을 통해 하나하나 해결하여 지금의 공룡 오픈마켓인 아마존이 되었다. 철강 전자상거래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리라 본다. 아마존처럼 누가 먼저 시스템을 만들어서 선점하느냐이다.

요즈음 새로이 시도되고 있는 게 물류센터 공유를 통한 풀필먼트(Fulfilment)이다. 아마존이 D+2일 물류서비스를 실현하려면 드넓은 미국 전역에 수많은 물류센터를 유지해야 한다. 아마존은 해결책으로 다른 회사의 물류센터를 공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쿠팡도 이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스틸서비스센터나 다른 유통업체와 같이 물류센터를 공유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리라 본다. 유통업체도 철강업체와 공유하면 물류비가 절약되어 유리하다. 소량 다품종은 공유 물류센터인 유통업체에서 배송하면 납기와 비용을 다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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