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중고차 시장 모델 ‘빛 좋은 개살구’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중고차 시장 모델 ‘빛 좋은 개살구’
  • 김진혁
  • 승인 2022.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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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버클리대의 조지 애컬롭 교수는 레몬시장(Market for Lemons) 이론을 발표했다. 여기서 레몬은 보기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신맛이 강해 먹기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의미로 낮은 품질의 중고차를 의미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너무 잘 안다.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 포장하지만 정작 구매자는 모를 수 있다. 고객은 중고차 시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구매자는 비싼 값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고 판매자는 성능이 좋은 차를 구매자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에 팔지 않는다. 중고차 시장은 성능과 품질이 좋지 않은 차가 더 많아지고, 구매자는 품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레몬만 남는 역 선택이론의 결과이다.

금융기관도 정보 비대칭과 역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금융기관은 신용카드 고객의 신용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발급한 카드가 도덕적 해이와 실적을 채우려는 욕심과 더해져서 신용불량자가 늘어난다.

레몬시장 이론은 미술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유명 작품의 위작 논란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자가 부족하여 일어난 레몬시장의 해프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답보상황에 이르자 미술시장은 호황을 맞는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미술품 경매 매출이 35억 달러(한화 약 4조1500억 원)를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에 비해 13% 늘어난 규모이자,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특히 조각투자 재테크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트테크플랫폼 사가 예술품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여 적은 금액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여건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죽음과 작품 가격의 잔혹한 공식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이 작품을 사두시면 좋을 겁니다. 곧 가격이 오를 테니까요. 화백님이 요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거든요.” 화가가 더는 작업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공급이 중단된다. 소비자들의 급한 욕심이 커져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와 작품의 희소성이 결합하여 값이 오르게 된다.

살아있을 때 단 한 점도 팔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었던 고흐는 죽은 지 100년이 지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90년 5월 당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흐의 작품 <폴 가셰 박사> 초상이 8천250만 달러에 팔렸다.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은 시장 실패와 정말 가치를 지닌 진품이 점차 시장에서 사라지고 불량품만 거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레몬시장 이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익숙한 대상을 색다르게 보며 남다른 생각, 차원이 다른 예술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

페이스북 창립 당시 청년 화가 데이비드 최는 저커버그로부터 사무실 벽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당시 자금 부족 상태였던 저커버그는 데이비드 최에게 “돈 대신 주식으로 드리면 안될까요?” 이에 그는 “상관없어요.”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7년 후 페이스북이 상장하면서 그림으로 받은 주식이 2,200억 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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