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왜 우린 메르켈 같은 지도자가 없을까?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왜 우린 메르켈 같은 지도자가 없을까?
  • 김진혁
  • 승인 2021.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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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대한민국엔 정치가 사라졌다. 시대정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전망도 없다. 메르켈과 같은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속성이 가치를 배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끄는 일인데도 오히려 정치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020년 퓨 리서치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를 선정했다. 이미 2015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앙겔라 메르켈을 선정했다. 메르켈은 그리스 채무 위기와 시리아 난민 위기를 극복했다. 한때 전범 국가였던 독일을 경제적‧도덕적 리더십으로 세계를 끌어안은 것이다.

무려 16년 만에 퇴임하는 시점에서도, 메르켈은 독일 국민 75%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독일 국민은 메르켈을 ‘무티(Mutti, 엄마)’라고 부른다. 메르켈을 신뢰하고 친근한 표현이다. 메르켈은 금수저가 아닌 ‘동독’ ‘여성’ ‘과학자’ 출신으로 독일 정치판에서 철저하게 아웃사이더였다.

부드러운 포용력으로 국민을 품고 스스로 제왕의 자리에 앉지 않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변방의 촌부가 어떻게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메르켈이 추구한 정치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과학자예요. 문제들을 가장 작은,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부분들로 쪼개는 것을 좋아해요. 그 과정에 감정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해법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에게 협상은 참을성을 시험하는 고된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메르켈이 추구한 단 하나의 목표는 국민의 평안과 안정이다. 겸손, 경청, 침착함, 포용, 공감, 열린 마음, 합리성 같은 가치를 소중히 여긴 것이다. 그녀의 연설은 화려하거나 웅변이 아니었지만 따뜻하고 진심을 전달했다.

“나는 독일인 모두의 총리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과 출신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편견을 조장하고 분노를 선동하는 이들에 맞서야 합니다.” “누구나 나를 비판하라.”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갈등 사이에 다리를 놓아라” “난 역사학자가 아니라 실용주의자”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고 참회다.”

메르켈은 늘 인기와 칭찬을 멀리해 왔고 경청과 소통, 인내와 설득으로 합의와 성과를 끌어냈다. 독일 정치판을 ‘정치’보다 ‘정책’의 토론장으로 바꿔 놓았다.

왜 우리에겐 메르켈이 없을까? 2022년 3월에는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선택받을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비호감도가 50%를 넘었다. 유권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 당신을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앙겔라 메르켈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노력했다(She tried).” 자신의 묘비명에 ‘겸손과 품위’로 남겨지길 원했다.

우리 국민이 정치인에게 느끼는 공허한 꿈과 허전한 비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은 강하다. 무지와 편협함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비록 살아있을 때 고독과 슬픔에 잠겼던 <빈센트 반고흐>의 명언이 떠올랐다. “사랑은 항상 어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사랑이 좋은 이유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가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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