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지식의 저주? 많이 알면 더 전달하기 어렵다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지식의 저주? 많이 알면 더 전달하기 어렵다
  • 김진혁
  • 승인 2022.02.16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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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두 가지란? 첫째,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것으로 돈 버는 일이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으로 소통의 어려움이다. 특히 막히지 않고 잘 통하며, 뜻이 서로 오해가 없는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말하는 이의 지식과 듣는 이의 지식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흔히 직장 내에서 상사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도대체 말귀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듣는 거야?”라는 식으로 표출된다. 부하 직원 역시 정확한 지시와 피드백을 이해하지 못해 불만이 쌓인다. 그 결과 상사 스트레스로 인해 하급자가 퇴사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도 있지만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도 있다. 지식이나 정보가 소통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식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이같이 소통을 가로막는 것을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고 한다.

지식의 저주에 관해 대표적인 연구로 199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엘리자베스 뉴턴의 박사 학위 논문 실험을 든다. 뉴턴은 두 명씩 참여자를 짝지어 한 명에게는 누구나 잘 아는 간단한 노래를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리듬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게 한다. 그러면 응답자는 제목을 맞추는 게임이다. 뉴턴은 질문자에게 게임을 설명한 후 응답자가 제목을 맞힐 확률을 물어보았다. 많은 이들이 50%라고 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답을 맞춘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사실 탁자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노래 제목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미 머릿속에 노래를 되뇌는 사람은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답하는 사람은 맞추기가 어렵다.

런던의 한 연구팀은 클래식 경연대회 결선에 오른 세 사람 중 누가 우승할지 알아맞히는 실험을 했다. 한 집단에는 소리만 들려주고, 또 다른 한 집단은 연주 모습과 소리를 같이 들려주고, 또 한 집단은 소리는 끈 채 연주 모습만 보여주었다. 평가 집단은 아마추어와 프로 심사위원들로 구성했다. 당연히 연주 소리를 들려준 그룹이 가장 정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론은 전혀 딴판이다. 소리를 끈 채 연주 모습만 보여준 그룹이 우승자를 가장 잘 맞추었다. 실력은 콘텐츠에만 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소통의 리더십은 말 잘하는 것에 있지 않다. 간략해도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1960년대 초 소련이 가가린이 탑승한 유인 우주선을 미국보다 앞서 쏘는 데 성공하자 미국 국민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에 의회에 가서 당당하게 말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보내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알기 쉽게 말한 덕분에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고, 그 결과 미국의 우주 기술력은 소련을 훨씬 추월하게 된다.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방 머리에 찰싹 달라붙게 하는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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