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무사유의 죄, 뜨거운 심장의 리더.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무사유의 죄, 뜨거운 심장의 리더.
  • 김진혁
  • 승인 2021.1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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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하나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하나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자신을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한 바보는 없다.” _볼테르·프랑스 작가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로빈슨 크루소는 소설 속에나 존재할 뿐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기 어렵다. 인간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처럼 인간은 야생동물에 비해 신체적으로 약한 존재이겠지만, 집단을 구성하고 이성과 인격을 갖추었기에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이다. 인간의 조건 역시 인간다운 사람으로서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다른 이와 소통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폴 틸리히는 “짐승과 인간은 같은 지구에 산다. 그러나 짐승에게 지구는 환경일 뿐이지만 인간에게는 세계다”라고 했다. 여기서 ‘환경’은 주체적인 변혁의 가능성이 없는 세상을 말하고, ‘세계’는 조직체로서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을 의미한다. 생각이 중요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생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毒)이 된다.”는 말처럼 모든 사물에는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이른바 ‘동전의 양면’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쿠스의 <영웅전>에 나온 이야기다. 알렉산더(BC 356~323) 장군이 동방원정 중 페르시아 사막에서 일어난 일이다. 열사의 사막에서 모두가 갈증으로 목말라 있을 때 장군 휘하 참모 한 사람이 멀리 오아시스를 찾아 물을 구해왔다. 알렉산더 장군이 물을 받아 마시려 하자 도열해 있던 장병이 모두 부러운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이에 알렉산더는 마시려던 물을 그냥 땅에 버리면서 “나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다. 더 진군하여 오아시스가 나오면 함께 마시자”하며 진군을 독려했다. 리더십은 자기희생적 지혜를 매개수단으로 할 때 빛이 난다. 20대 후반의 젊은 알렉산더가 이런 리더의 덕목을 어떻게 터득했을까? 어린 시절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정교사로 모시고 4년 동안 공부한 생각의 덕분이 아닌가?

리더십은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사유와 지혜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독일 나치 친위대 장교로 유럽 각지의 유대인들을 폴란드 수용소로 이송하는 최고 책임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있던 그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붙잡아 법정에 세웠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의 법정에 선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에 책임을 느끼는지 질문에 무죄를 주장했다. “억울합니다. 저는 남을 해치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어요. 그저 제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해냈을 뿐입니다.” 검사는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당신의 범죄는 양심에 따라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꾸짖었다. 당시 재판을 지켜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평범하고 성실한 악인의 모습에 놀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가 유죄인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의 죄는 생각하지 않은 ‘무사유의 죄’에 해당한다.

머리 나쁜 리더는 머리를 빌릴 수 있지만, 가슴이 뛰지 않는 리더는 용서할 수 없다.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리더, 보편적이고 본질을 파악하는 사유의 리더, 신뢰성과 자기희생의 리더를 내년 대선에서 꼭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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