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일본 철강·설비업계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사설 ] 일본 철강·설비업계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 페로타임즈
  • 승인 2021.03.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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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영  발행인
정하영 발행인

지난 3월초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세계 최대급인 연산 208만톤 규모의 열간성형환원철(HBI, Hot Briquetted Iron) 공장이 건설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의 금속자원 투자회사인 USM과 Metalloinvest사의 계열사인 미하일로프스키GOK가 공동으로 설립한 미하일로프스키HBI사가 투자 주체다. 러시아의 풍부한 철광석과 천연가스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투자전략으로 읽혀진다.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직접환원철 생산설비와 전기로(EAF)를 결합한 방식은 현재까지의 제철 프로세스 중 가장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작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투자가 눈길을 끄는 것은 기술과 설비, 엔지니어링을 공급하는 업체가 미드렉스(MIDREX)와 프라이메탈즈테크놀로지(Primetals Techonlogies)라는 사실이다.

미드렉스사는 일본 고베제강이 1983년 인수한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tion Iron) 설비 최대 업체로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일본 회사다. 미드렉스의 직접환원철 설비는 세계 직접환원철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등 약 90기 이상이 가동 중에 있다. 최근 이 기술이 더욱 주목을 끄는 이유는 천연가스를 녹색수소로 대체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고 미래 수소환원제철법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메탈즈는 2015년 1월 지멘스(Simens) 철강사업부문과 미츠비시(Misubishi) 철강부문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본사는 영국에, 일본과 오스트리아, 독일, 한국 등 전 세계 21개국에서 약 7천명이 근무하는 철강 엔지니어링에 특화된 글로벌 기업이다. 미츠비시가 지멘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실질적인 오너는 미츠비시로 세계적 철강 엔지니어링사인 지멘스와 VAI가 일본 회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또 다른 중공업업체인 IHI(Ishikawajima-harima Heavy Industries,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사는 세계 최대 고로(용광로) 전문 제작 엔지니어링 업체인 폴워스(Paul Wurth)사와 각각 50%의 지분으로 합작, 2012년 IHI폴워스(IHI Paul Wurth)사를 출범시킨 바 있다.

러시아 HBI 공장 건설 건은 일본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미래지향, 세계화 경영전략을 읽게 해준다. 철강 설비, 엔지니어링 분야의 세계적 업체들을 인수, 합작해 계열화하는 것이 그 요체다. 앞으로 철강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탄소배출 감축, 나아가 수소환원제철법 개발, 실용화를 위해 직접환원 기술은 물론 용광로 기술 최고 회사와 합작하고 있다. 철강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경쟁력의 상당부분이 설비에 체화된다. 따라서 일본이 설비,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쟁력 지속 확보를 위한 궁극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철강의 양적 파상 공세에 이어 질적 도약에 대해 가장 큰 두려움을 표명하고 그 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일본 철강이다. 최근 일본제철이 2025년까지 5개년 중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국내 생산 중심 체제를 과감히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국내 인구감소로 철강 수요 및 생산규모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국내 생산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비용 증가 대신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4천만톤으로 생산능력 축소 및 체질 강화를 목표로 세웠다. 대규모 구조개편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하공정 위주 해외투자를 과감히 탈피해 인수합병·자본참여를 통한 상공정(일관제철, 전기로공정) 확보로 6천만톤의 해외 생산능력을 갖춰나가기로 했다. 이미 인도와 미국 등에서 신규 제철소, 전기로 공장 건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 기술과 운영에서 치밀한 목표와 계획 수립, 이의 철저한 실행에 착수한 일본 범 철강업계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이 너무도 안이하고 소극적인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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