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증치세 폐지, 단기 이익에 안도할 일이 아니다
[사설] 중국 증치세 폐지, 단기 이익에 안도할 일이 아니다
  • 정하영
  • 승인 2021.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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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공정무역 ‘진일보’·환경 대응 강화…진정한 공룡 자리매김 중
세계적 위상 구축 목소리 커질 것…최대 위협 요인, '克中' 대책 절실
정하영  발행인
정하영 발행인

중국 정부가 4월 28일 대대적으로 철강 무역관세를 조정했다.

이번 철강무역 관세 조정은 발표 과정부터 종전과 달리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당초 4월 중순경 발표 예정이던 계획이 다소 늦어져 4월 28일 발표했고 적용은 5월 1일부터다. 그만큼 관련 부처가 자국 철강산업의 진정한 성장, 이미지 개선, 세계시장에서의 공정성 인정 등에 대한 고민이 깊었고 신중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읽을 수 있다.

철강재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뿐만 아니라 철스크랩 등 원료, 반제품의 수입 관세를 폐지했다. 다만 생산 시 탄소 다량 배출이 불가피한 합금철 등 일부 부원료의 경우 오히려 수출 관세를 올렸다.

이에 대한 중국강철공업협회(CISA)의 해석이 주목을 끈다. CISA 발표를 요약하면 철광석 (수입)가격의 급속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철강제품 수입 및 수출 세금 정책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재 수요 증가, 자원 및 환경 제약, 특히 탄소배출량 삭감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직면해 무역관세 조정으로 국가 정책 방향을 관철시키고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역관세 조정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철스크랩 등 철광석 이외의 원료에 부과하는 수입 잠정관세를 폐지함으로써 수입을 늘려 주원료인 철광석 수입량을 줄인다 ▼범용 철강재의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폐지해 수출을 줄임으로써 국내시장 공급으로 전환시킨다 ▼고부가 철강재에 대한 증치세 환급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을 촉진해 고부가 제품의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여 중국산 철강재의 이미지를 제고한다 ▼궁극적으로 조강 생산량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의 정부 정책에 기여코자 하는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주목되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수입규제의 대상이 되는 스테인리스 제품에 대해서는 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철강 관련 무역관세 조정 내용을 종합, 분석해 보면, 첫 번째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철강 생산 증가, 철광석 수입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감산정책을 보완, 강화하는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두 번째로 철강 수출규제로 철강재의 내수공급을 늘리고 생산을 축소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철광석을 제외한 철스크랩, 반제품, 합금철 등에 대한 수입관세 폐지는 곧 철광석 수입량과 원가를 낮추고 대신 철스크랩, 선철, 반제품 등의 수입 사용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친환경적으로 철강 생산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합금철 등의 수출관세를 높인 것도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감산과 수출 억제, 불공정 무역으로 인식되는 관세 환급 폐지 등은 OECD 등 세계적 공정무역 움직임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번 중국의 철강 무역관세 조정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다분하다.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인 중국산 철강재가 세계시장에서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우리의 수출여력도 커질 것이고 가격 상승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얻을 효과는 더욱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이러한 정책 변화의 근간을 읽어야 하고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철강산업의 질적 향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불공정의 악명(?)을 떨쳐내고 고품질 철강제품 공급자로 변화해나갈 기초를 마련할 것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 성격의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였음은 물론 탄소배출량이 적은 철강재로, 또 고급 철강재로 자리매김해 나갈 가능성도 다분하다.

또 이번 무역관세 조정은 중국 정부의 자국 철강산업에 대한 양적, 질적 자신감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스테인리스 제품에 대한 환급 폐지가 그렇고 원료에 대한 수입관세 폐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 삭감을 위한 구조개편을 착실히 진행해 나가고 있음도 느낄 수 있다.

거대 공룡이 몸집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고도화된다면 우리는 생존조차 위협받을 것이 분명하다. 서둘러 진정 극중(克中)의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나서야 함을 이번 중국의 철강 무역관세 조정이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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