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산업,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사설] 철강산업,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 정하영 발행인
  • 승인 2021.04.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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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영 발행인
정하영 발행인

올해 들어 철강사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수급 상황이 공급부족으로 돌아서며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열연강판(코일) 유통 가격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톤당 100만원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철강사들의 경영실적은 최근 수 년만에 가장 호조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IMF 때 크게 오른 환율에다 수출량 증가로 때 아닌 호실적을 거뒀던 것이 우리 철강업계다. 현재 상황도 어쩌면 예상치 못한 호조라는 결과 측면에서 IMF와 비슷하다. IMF 때 우리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 재무안정과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사회 경제 전반의 분위기가 그러했기에 가능했던 면도 있다. 아무튼 그런 노력의 결과 우리 철강업계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졌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10여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생존 발전해 왔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 철강업계의 분위기는 엄청난 환경 변화 속에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 철강업계도 그런 분위기에 동참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경쟁력 상실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일본의 경우 중국의 양적 성장에 이어지고 있는 질적 성장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고 그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제철이 국내 생산량 유지를 포기하고 국내 4천만톤, 해외 6천만톤 조강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중기경영계획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해외 상공정 투자를 제한했지만 그 원칙을 스스로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이미 인도, 미국 등지에서 Brown-field 투자를 중심으로 속속 상공정을 확보하고 있다. 준비와 실행력도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환경 측면에서는 세계 철강업계가 탄소제로스틸(Carbon Zero Steel) 생산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유럽 철강사들은 기존의 용광로 방식이 아닌 DRI+전기로 방식으로 한걸음 바짝 다가서고 있다. 우리에게는 용융환원제철법이 있기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수소환원제철법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붓지 않고 있는 듯하다.

구조조정과 개편, 그리고 기술개발 및 상용화는 세계 철강업계의 화두다. OECD는 여기에 탄소국경세 를 포함한 공정무역이라는 칼을 빼들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대한민국 철강업계는 그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 크게 부족하고 그만큼 실질적인 대응노력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소나 리튬,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철강이라는 본업의 뿌리가 강건하게 뻗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수소를 만들기보다는 수소환원제철법과 같이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철강사가 우선해야 할 일이다. 뿌리가 흔들리면 그 결과는 명백하다.

현재 경영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실이 어려우면 그러한 노력들이 더욱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이 준 기회를 잘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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